분수대 설치도 식상… 시민여론 반영해 재검토를
‘시민을 위한 갑천 첨단 과학·문화·관광 벨트(이하 갑천 벨트)냐, 관광객을 위한 갑천 벨트냐.`
대전시는 최근 지난 7월 중간발표에 이어 갑천 벨트 수정안 내놓았지만 엑스포 남문 철문철거와 400m 대형 바닥·원형 분수 등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가운데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지난 7일 대전시청 세미나실에서 열린 갑천 벨트 조성 수정안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7명 가운데 6명이 엑스포 남문 철거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시가 마련한 갑천 벨트 수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엑스포 남문 철거과 분수대 설치 논란=김성동 목원대 건축학과 교수는 “년 보수비용이 많다는 이유로 상징적인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현재 대전시가 근대 건물에 대한 중요인식이 없는 것과 같다”며 “무조건 부수고 혈세로 무엇인가를 세우려는 것이 문제”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반면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가건물형식으로 세워진 엑스포 남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흉물스럽게 변하고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다른 방안이 제시돼야 하다”며 “현재 남문에 대한 위치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대형 바닥·원형 분수 설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란의 대상이다. 분수의 경우에는 사계절 기후인 우리나라에는 반쪽 짜리 이벤트라는 것. 또한 아이템 자체가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번 갑천 벨트 계획안이 학술용역으로 발주돼 시민들과 지역 전문가들의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갑천벨트계획안는 시 문화체육국이 대전발전연구원에게 용역을 줘 지역 B 대학 관광이벤트학과, 서울 테마환경 연구소, 서울 H 대학 관광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시는 자문위원 형식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자문위원들은 단 한번 브리핑을 받을 뿐이라고 자기가 자문위원이라는 것도 몰랐다고 불만을 토로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접근성 중요=대전문화예술의전당, 수목원, 시립 미술관 등을 기존의 문화 시설 등을 연계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성남 대전시 문화원 연합회장은 “무엇보다 기존의 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적인 계획안이 필요하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공적인 하드웨어만 생성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각자의 섬들로만 이뤄진 갑천벨트에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도시 및 건축학자들의 진단이다.
유병로 한밭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갑천벨트는 수목원과 공연공간, 하천 등 3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지대”라며 “여기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접근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설치물을 인공적으로 만들면 아무래도 어색함이 있다며 자연 상태를 최대한 반영한 갑천 벨트 계획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갑천 첨단 과학·문화·관광벨트 조성 계획이란?
대전시가 서구 만년동, 유성구 도룡동 일원, 과학공원, 둔산 대공원(대전문화예술의전당, 수목원, 미술관 등) 200만㎡, 둔산대교~유성명물테마거리 4.5㎞, 엑스포 다리~남문광장 1㎞ 등을 시민의 휴양과 정서생활에 기여할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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