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숙 충남예술고등학교 교사 |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 가끔 밥 먹으러 오는 도사가 사람 이름으로 점을 치는데, 그렇게 잘 본대서 네 이름을 적어줬더니, 너는 관운(官運)이 있대, 그래서 잘 산대.”
이 말씀하실 때까지는 무척 즐거워하셨는데, 갑자기 표정이 변하시며, “그런데, 죽을 때까지 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징그럽게 바쁘게 살 팔자란다.” 하시며 고개를 내 저으셨다.
내가 대학 때부터 20년 넘게 오르간 반주를 맡고 있을 만큼 ‘나름`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걸 아시면서도,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사는 당신의 셋째 딸이 어지간히 눈에 밟히셨던 모양이다. 인간적으로, 눈으로, 손으로 확인을 해서라도 비켜갈 수 있는 편한 길을 찾아 주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내가 이 ‘바쁨`을 얼마나 즐기고 사는지는 모르시고….
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호기심도 무척 많다. 하고 싶은 일도, 호기심도 많다보니 남들에게는 ‘욕심 많은 노(盧)교사`라고 불린다. 곰곰이 짚어보니 욕심껏 생활하느라 하루하루가 정말 바빴다.
대학 시절, 학교의 특성상 전공 한 가지에 부전공 한가지씩을 의무로 해야 할 때 ‘하고 싶은 공부가 많은` 나는 부전공으로 두 가지를 선택했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점이 허용되었을 때는 한 가지를 더 해서 전공 하나에 부전공 셋으로, 총 네 가지 영역을 전공처럼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욕심과 호기심은 변함이 없어서 음악교과연구와 지도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평가계 업무를 맡았을 때는 컴퓨터에 심취해서 컴퓨터관련 자격증을 야금야금 삼켜왔으며, 학습에 의욕이 낮은 학생들을 만났을 때는 ‘그 학생들을 유혹(?)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탐색해왔다. 현장연구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시작한 교과연구는 10년 째 이어지고 있으며 내친 김에 수업연구대회까지 도전을 했었다.
그런데 남들과 똑같은 하루 24시간을 가지고 나의 욕심을 채우려니 하루하루가 무척 분주하다. 가끔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껏 나의 건강이 견디어주는 것은 어머니 표현대로 “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슬로우의 동기이론에 의하면 목표에 대한 동기가 강한 사람이 일에 대한 달성가능성도 높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욕심은 “매슬로우”의 동기(動機)인 것이다. 이제는 학생들이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내가 하고 싶은 공부`로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나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난 이 공부를 해야 한다.” 이렇게 인식시킬 수만 있다면 학생들에게 굳이 “얘들아, 조용히 공부하자”라거나 “이제 연습 시작하자”하는 외침은 필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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