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활동도 중앙은 물론, 지방에 이르기까지 점차 다양하고 활발해지고 있으며, 특히 자치단체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자체의 홍보를 위한 축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개최하다보니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내용들이 대동소이하고, 고유의 특성이나 향토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우후죽순처럼 열리는 지역축제가 세계적인 명품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축제를 이끌며 관광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도록 하는 참여형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의 ‘리우축제`나 스페인의 ‘토마토축제`, 그리고 영국의 ‘에딘버러 거리축제`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민속축제들은 하나같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참여형 축제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제53회 백제문화제는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공주시와 부여군이 공동 개최함으로써, 그동안 관(官) 주도적 축제에서 탈피하여 민간 주도의 축제로 변모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또한 전시성행사보다는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직접 참여하는 체험프로그램을 강화한 결과, 무려 126만 명의 관광객을 동원하여 지방중소도시에서 개최한 축제 중 전례가 없는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백제문화판타지 퍼레이드` 등 크고 작은 프로그램마다 수많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참여하여 동원축제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학생과 시민단체회원 등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 축제보다 3~5배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참여한 점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좁은 공간에 일시에 많은 인파가 몰리다보니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도 적지 않았으나, 나는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700m 인절미 만들기`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리고, 백제의 문화와 향기를 체험하는 ‘백제향`에 어린이와 학생들을 비롯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었던 것을 보면서, 백제문화제가 세계적 명품 축제로 새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원나라와 로마제국을 비롯해 역사상 아무리 강성했던 나라들도 패망하지 않은 국가는 결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유독 백제를 패망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고대국가로만 치부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일제 강점기의 역사 왜곡과 역대 정부의 지역차별정책에 순응하는 못난 후손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우리의 몸속에는 1,500여 년 전, ‘동방의 로마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대제국을 이루었던 백제인의 혼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러기에 이처럼 자랑스러운 유산을 바탕으로 더욱 찬란한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워 나가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며, 이는 결코 행정기관이나 공주와 부여 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충청권 전체의 과제일 것이다.
백제문화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의 것이기에 우리는 이를 지역발전을 더욱 앞당길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주민과 관광객들의 참여 속에 더욱 알차게 치를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가운데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던 지난 10월의 가슴 벅찬 감동과 추억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지역주민들의 정성과 열정이 담긴 잘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세계적 명품 축제가 우리의 손으로 새롭게 탄생할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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