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평균연봉은 시군구의 기초의회 의원이 2700만원, 시도의 광역의회 의원이 4700만원 정도였으나 내년엔 기초의원이 3800여만원, 광역의원이 5300여만원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이대로 최종 확정된다면 기초의회가 39%, 광역의회가 14%나 인상된다. 인상폭도 너무 크지만 절대액수가 턱없이 높다는게 지역민의 지배적 반응이다.
지방의회 의정비는 지역주민 소득수준, 지방공무원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 의정활동 실적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지자체별로 자율결정토록 돼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지역이 이같은 고려사항을 무시한채 타지자체와의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눈치를 봐가며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3000여만원이라지만 비정규직과 실업률, 어려운 경제사정등을 감안할때 주민의 평균소득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지방의회 회기는 기초가 80일 광역이 140일 정도로 의원들은 근로자보다 훨씬 적게 일하면서 더 많은 연봉을 받게된 셈이다. 더구나 지방의원의 반이상이 별도의 자기생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무원 보수인상률이 5.4%, 물가상승률이 2.2%로 지방의원 연봉 인상률과는 비교조차 안된다. 의정활동 실적도 의원 1인당 연간 한 건의 조례조차 발의를 못하는등 보잘것 없다. 무보수 명예직이었을때나 유급화후 높은 연봉을 받았을때나 별 차이가 없다. 결국, 지방자치없이 의정비결정에 고려토록 한 사항들이 전부 무시되었음을 알수 있다.
지방의원 연봉의 대폭 인상이 결정되자 대부분 지역의 주민과 공무원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반대집회를 갖는등 인하투쟁을 벼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저항에 결정된 인상률을 재조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출범될 당시에는 지방의회 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비형식의 수당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유급제가 된후 의정비가 연봉형식으로 바뀌면서 턱없이 오르게됐다.
유급제를 도입한 표면적 취지는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고 능력있는 인재를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지자체의 재정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만하다.
지자체의 재정만 허용한다면 의정비를 넉넉히 줘도 크게 문제될게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형편없어 자체세입으론 소속 공무원의 봉급조차 충당못하는 곳이 많다. 지자체마다 도시기반시설 확충, 복지, 환경개선등 필요한 사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지방의원이 재정자립도와 관계없이 연봉만 챙기려든다면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의정비 인상추세는 지속될 것이고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 쌓여가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이같은 국면을 반전시킬 개선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지자채의 장이 지방의회에 의정비과다 인상 조례안의 재의를 요구할수 있지만 대 의회관계나 차기선거를 의식해서라도 어려운 일이다. 또 행정자치부가 재정능력에 비해 과다책정한 지자체엔 교부세를 줄이는등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지만 적정의정비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선 규제가 쉽지 않다.
대부분 주민들은 기초의회의 존속, 지방의원의 유급제, 의원후보의 정당추천제등에 회의를 갖고 지방자치제에 대한 전반적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장 근본적 손질이 어렵다면 정부가 지방의원 연봉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나 주민소득, 겸직여부등을 감안하는 구체적이고도 객관적인 기준을 명확히 정해 주민들이 납득할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것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원 지망생들의 주민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의 확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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