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에 대한 인식도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변해왔다. 이제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즐기는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요즘 우리가 누리는 먹을거리의 풍족함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 끼 한 끼의 허기를 해결하는 것이 곧 삶의 전부였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오늘날의 풍족함이 이루어진 전기는 1970년대 ‘녹색혁명`이라 일컫는 ‘다수확 품종의 도입`과 그에 따른 ‘새로운 재배기술 도입`으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의 새로운 농업기술이라 함은 농약·비료와 노동력을 더욱 집약적으로 투입하여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농업이었다. 당시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기에 이후 우리의 농업은 합성 농약과 화학비료에 더욱 더 의존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끝없는 풍요를 약속해 주리라던 합성 농약과 화학비료의 역기능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농약과 비료의 오남용에 의한 생태계의 변화를 겪으면서이다. 기적의 살충제라고 불리며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DDT의 잔류독성이 밝혀지고, 월남전 참전용사의 고엽제 후유증 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생태계 변화와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농산물에 잔류하는 농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달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농약 사용 전에 규제가 있어 안전사용기준을 철저히 지킬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지만, 우리나라는 사용 전 규제가 없어 농산물로 출하된 후에 검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1996년부터 생산단계에 중점을 두고 생육 중인 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를 하여 부적합품의 시장 출하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부적합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농가들의 의식전환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부 생산자는 작물 식재 전에 투입한 약제나 자재가 농산물에 미치는 안전성과의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재배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재배환경까지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다.
소비자들은 매스컴을 통하여 유해물질에 오염된 먹을거리의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거듭 제기하게 되었으며, 점차 소비자의 건강과 생태계 보전을 생각하며 환경 친화적 농법을 실천하는 농민이 생산하는 친환경인증농산물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소비자의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요구는 친환경인증 농산물 생산의 꾸준한 확대를 가져 왔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농산물의 안전성분야는 중금속 오염 문제이다. 중금속을 섭취하였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우리 농관원에서는 소비자의 농산물 중금속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중금속 검정을 강화하고 있다. 중금속 분석 대상을 기존 1개 품목에서 10개 품목으로 확대하였으며, 안전성조사 대상 필지도 예년보다 10배를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다. 특히나 중금속 오염우려가 있는 폐광산 지역에 대한 집중관리로 오염된 농산물은 폐기토록 하고 오염된 농경지에서는 묘목 등 먹을거리가 아닌 타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을 추구하는 자유무역의 세계적인 흐름에서 우리 농산물만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다. 건강한 식탁을 차리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유해성분 잔류허용기준을 한층 강화된 미국의 제로 톨로런스(zero tolerance) 제도와 일본의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제도를 도입·시행하여 자국의 식품 안전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도 선진국에 뒤떨어짐 없이 생산 유통되도록 그 기준을 선진국 수준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강화된 안전성 기준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며, 또한 개방화 파고를 타고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외국농산물과 차별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제 안전성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기 위한 필수요건인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