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보 예르비는 저명한 지휘자인 아버지 네메 예르비를 비롯, 동생 크리스티안 예르비까지 대단한 지휘자 집안 출신이다. ‘지휘자는 50대부터가 시작`이라는 말도 있지만, 45세의 파보 예르비는 이미 그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2012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신시내티 심포니는 물론, 독일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의 음악감독이고 도이치 캄머필하모니의 아티스틱 리더임에 동시에, 에스토니아 국립교향악단의 예술고문, 그리고 2010년부터는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뒤를 이어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독창적인 음악 해석으로 각광을 받고 있음은 물론, 그 겸손하고 자상한 인격으로 연주자들의 신임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지휘자이다.
필자는 신시내티 심포니에 입단하고 이번 해 그 두번째 시즌을 같이하고 있다. 단원 하나하나가 치열한 오디션을 거쳤고 필자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 오디션 공고가 나면 보통 200여명이 지원을 하고 이력서 심사를 거쳐 약 100명 정도가 라이브 오디션에 초청받는다. 약 4차에 걸쳐 막을 치고 오디션이 이루어지고, 경우에 따라 바로 합격자로 인정하거나 대다수의 경우에는 합격자에게 1주일간 오케스트라에서 같이 연주하는 시험기간을 준다. 시험기간 동안에 실력을 검증받지 못하면 오디션 결과는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신시내티 심포니에는 필자를 비롯해 세 명의 한국계 연주자들이 있다. 첼로 수석 에릭 킴, 그리고 제2바이올린의 박혜선씨가 있는데 두분 다 줄리어드 출신의 재미교포이다. 단원들 모두가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더 가족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필자가 혼자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다들 친딸처럼 친동생처럼 잘 보살펴주어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매주 다른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의 연주를 하고, 1년에 52주의 연주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기 때문에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름 시즌에는 두달여간 오페라 공연을 하고, 두달에 한번 정도 팝스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는데 인기가 굉장하다. 또한 매년 콘서트 투어가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파리, 비엔나,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마드리드 등을 비롯한 유럽 12개도시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다.
신시내티 심포니가 만들어내는 웅장한 사운드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보람을 느낀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연주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도 무대를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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