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에 대한 ‘○문 ○답` 같은 코너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첫사랑에 대한 항목이다. 초등학교 때 짝꿍이 첫사랑이었다는 후보(이명박), 고3 시절 알았던 대학 1학년 독서회원이 첫사랑이라는 후보(권영길), 잠시 실연했던 첫사랑 여인과 재회해 결혼했다는 후보(정동영), 역시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했다는 ‘새로운` 후보(이회창)가 있다.
사례만 봐도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속설이다. 때가 되면 온다, 설렌다,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추억이 된다…. 첫사랑과 첫눈의 공통점이다.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는다는 통설이 있다. 야사의 기록인데 백제 의자왕이 첫사랑과 쏙 닮은 금화라는 미모의 신라 스파이에 빠져 나라를 망쳤다는 것도 결국 비슷한 얘기다.
사람들은 처음, 특히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따라서 ‘남자`만 첫사랑을 절대 못 잊어 한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합리성이 기준의 전부가 아니지만 첫사랑을 경제적 이슈로도 분석할 수 있다. 처음 한입 베어 먹는 사과가 가치나 효용이 크다. 두 번, 세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먹고 싶은 욕구는 차츰 떨어진다. 배고플 때 처음 먹은 사과가 제일 맛있다.
경제학적으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첫사랑의 감흥도 욕망포화로 해석된다. 어떤 사랑보다 효용이 크다는 무의식 때문에 더 소중하고 절실하다. 자장면을 한 그릇에서도 첫입과 반 그릇 먹었을 때의 한계효용은 다르다.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회창씨의 출마의 변(辯)에도 합리성의 잣대는 있다. 그것이 국민의 잣대와 치수가 맞느냐, 무엇이 총효용이 높은가는 별도로 남겨진 숙제다.
계량화가 가능한 실체적 의미의 가치와 그래프로 표시된 실적만 지나치게 중시되는 오늘날에도 경제학의 뿌리인 한계효용은 요지부동이다. 자장면을 반 그릇 먹어 한계효용이 뚝 떨어질 즈음에 짬뽕 반 그릇을 먹는다면 만족도는 재차 높아질 것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이긴 하나, 늦바람이 나서야 사랑을 알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미국 센트럴파크의 어느 벤치에 새겨진 낙서처럼 총효용을 높일 방도를 생각하자. 인생의 확대 재생산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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