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한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각 지역들이 골고루 잘 살게 만들어 보겠다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이 특정 지역 주민들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만한 일인가? 1단계 균형발전정책으로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수도권 주민들이 누려온 ‘일등 국민`의 지위를 위협할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난리를 쳐도 되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게 되면 습관처럼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시행착오와 대국민 설득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개발사업에 따른 지가 상승과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는 반대운동을 낳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민운동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 때문에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지금 수도권 주민들이 벌이고 있는 2단계 균형발전정책 반대운동은 이러한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수도권 주민으로서 누려온 특권적 지위를 지키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대되는 지가 및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좌절될까 우려해서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지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과연 수도권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수도권 주민 중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러한 가격 상승의 혜택을 입을 것인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수도권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 분명하다. 또한 토지와 주택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한 수도권 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점점 더 큰 주거비 부담을 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지역 전체의 발전이 동일시되는 것은 엄연한 현실로 존재한다. 이러한 왜곡된 현실을 주민 개개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지역의 ‘발전`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일부 주민의 이해관계가 지역 전체 주민의 이해관계로 둔갑하게 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다. 더 나아가 다른 지역을 황폐화시키면서까지 자기네 지역만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지역중심주의에 의해 국가 공동체의 이념이 밀려나게 만드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소통구조에 심각한 왜곡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실에 대한 과학적 판단과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막힘없이 소통돼야 허위가 진실로 그리고 일부의 이익이 전체의 이익으로 둔갑하는 일이 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공론의 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확장되어야 하겠지만 공론의 형성에 참여하는 전문가 집단, 언론 및 정치인들이 각각의 직능에 맡겨진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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