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남]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할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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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할일이지?

[행복이야기]오종남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 승인 2007-11-07 00:00
  • 신문게재 2007-11-08 21면
  • 오종남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오종남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차를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처럼 여자들이 운전하기 힘든 나라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여자가 운전하다 조그만 실수라도 할라치면 대뜸 클랙슨을 울리거나 욕설을 퍼붓는 남자들을 이따금 목격하곤 한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더듬대서 차량의 흐름을 막는다고 불평이다. 여자가 운전을 하려면 “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할일이지…” 하는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아예 “밥 해놓고 나왔어요” 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여성인구 이동 점차 늘어

여자는 남자보다 길눈이 어둡다고 한다. 이것은 남자는 밖에 나가 사냥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살림을 하던 원시시대의 역할 분담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원래 사냥꾼인 남자는 먹이를 잡기 위해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돌아다녀야 했고 또 잡은 먹이를 가지고 어둡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으므로 뛰어난 방향감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여자는 식물을 재배하거나 열매를 채집하는 것과 같이 집과 가까운 주변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남자에 비해 방향감각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고작해야 산 너머 마을로 시집을 가곤 했다. 새댁이 시집을 오면 이름 대신 친정동네의 이름을 붙여서 그곳에서 시집온 여자라는 뜻으로 ‘남산댁’이니 ‘강남댁’이니 하는 호칭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가깝게 시집을 가다 보면 같은 동네에서 시집온 사람들도 한 둘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뜸 남산댁’, ‘아래뜸 남산댁’ 등으로 구분해서 부르게 되는 경우도 생겼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거처를 옮긴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그런데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6년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재미있는 숫자가 보인다. 여자의 이동이 4685명으로 4657명인 남자보다 2만8000명이 더 많다. 여자 이동자 100명당 남자의 이동수를 말하는 인구이동 성비는 99.4를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10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7년 인구 이동 성비가 100으로 같아진 이후 1998년 이후는 줄 곧 100미만으로 계속해서 여자의 이동이 남자보다 더 많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남녀의 인구이동 성비가 뒤바뀐 1998년은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던 해이다. 문을 닫는 사업체가 줄을 잇고 졸지에 직장을 잃은 가장이 거리를 방황하던 때였으니 가장을 대신해서 누구라도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자들이 직장을 찾아서 또는 직장을 따라서 정든 가족과 따뜻한 둥지를 떠나 여기저기로 이동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15세 이상 절반이 경제활동

여자의 경제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이것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6년 남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4.8%로 2005년에 비해 0.4%p 상승하였다. 한편 여자는 51.3%로 전년대비 2.9%p 상승하여 남자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06년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0%를 넘어선 분기점이 된 해이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여자중 절반이상이 경제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여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고 여자의 활동영역도 넓어질 것이다. 이 세상의 반은 여자다. 아직도 여자를 “집에서 밥이나 할 일 이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발만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는 격언을 들려주고 싶다.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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