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9일~내달 12일까지
1962년 프랑스 파리의 파게티 화랑에 전시된 한 동양인의 추상 작품에 유럽 화단의 이목이 집중됐다.
캔버스에 한지를 붙이고 수묵 등의 동양적 재료로 완성한 그의 작품은 서양 미술의 본고장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것이었다. 그것은 당시 서양화에서 행해지던 추상의 형태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조형세계였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창적 조형세계로 서양미술계에 하나의 정신적 울림을 전해주었던 고암 이응노. 그를 상징하는 작품이 바로 문자추상이다.
도불(渡佛) 직후인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초까지 파리에서 작업 됐던 작품들을 통해 문자추상의 태동과 변모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이응노미술관이 9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상설기획전으로 ‘고암, 추상의 울림전-60년대~70년대초 문자추상`을 연다.
▲ 구성(1964년작) |
60년대 후반 고암의 서예적 추상 작업에서는 보다 전체성이 강조된다. 각각의 문자 형상이 하나의 유기적 형상을 이루고, 다양한 먹의 농담으로 입체감과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고국에서 옥고를 치르고 1969년 파리로 돌아온 고암의 작품에서는 또 다른 경향이 나타난다. 문자의 형상에 윤곽선이 그려져 특정한 형태를 갖게 되는데, 한자의 서체나 인물의 형상을 변형·결합 시켜 표현해낸 구성적 문자 추상이다. 단순히 점이나 선을 활용했던 서예적 추상에서 한발 나아가 문자 자체가 지닌 구성적 질서와 조형미를 추구하고, 문자의 획을 드로잉적 요소에서 하나의 구조로 전환시킨 것이다.
▲ 구성(1971년작) |
서예의 전통과 서양적 조형미가 어우러진 고암의 추상세계를 폭넓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문자추상 작품 31점과 드로잉 작품 22점이 함께 전시된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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