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창희 IT기술전략연구단 IT정책연구그룹장 |
그러나 나흘 후에 열린 한 연구기관의 국정감사장에서는 31조원이라는 국내업체의 경제적 이익창출 전망에 대해 너무 허황되고 과장되었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의 주된 논지는 현재 국내 WiBro 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7만명에서 6.7만명으로 오히려 줄고 있는데, 어떻게 31조원의 이익 창출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일견 그럴듯한 지적 같아 보이지만, 이러한 비판은 문제의 대상을 잘못 이해한 지적이며, 한 단계만 더 들여다보면 상기의 계산치가 과장되지 않았으며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상기의 수치는 국내 WiBro 사업자가 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매출액이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가 시스템 및 단말기를 생산해 해외에 수출할 경우 발생하는 수익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익은 해외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체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에 근거하여 계산된다.
국제표준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이동통신단말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2%이며, ‘02~`05년간 누적수출액이 111조원임을 감안할 때,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WiBro에 대해 국내 제조업체가 약 33%의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향후 5년간 누적수출액 31조원을 기록한다는 전망은 절대 과대 포장되지 않은 숫자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필자가 본고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상기 수치에 대한 비판의 오류나 타당성에 대한 증명이 아니다. 몇 십조가 될 것이라는 자극적인 숫자의 타당성 논쟁 속에서 국제표준 채택으로 인한 진정한 의미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독자 기술인 WiBro가 국제표준의 반열에 오르게 된 데에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연구기관 등이 기술기획에서부터 표준채택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운영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하나의 무선통신기술이 개발되어 국제표준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적정 주파수 대역의 확보 및 할당, 해당 주파수 대역의 전파특성을 반영한 시스템 및 장비의 규격 개발 등이 고려돼야 할 뿐만 아니라 경쟁후보기술과의 보완문제, 지적재산권 문제 등 상용화까지의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WiBro 국제표준 채택의 의미는 국내업체의 장비수출 및 로열티 수입 증가 등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국제표준이 되기 위한 기술기획부터 상용화를 위한 문제해결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우리 스스로 수행했고, 그 경험을 통해 관련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국내에 축적했다는 점이다.
상기한 WiBro의 경제적 이익창출 수치는 1회성으로 발생하는 이벤트이나, WiBro 국제 표준채택 과정에서 축적된 핵심역량은 향후 제2, 제3의 국제표준을 창출해 국내업체의 지속적인 이익확보 및 경쟁우위 선점을 가능하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수치 자체에 대한 논쟁보다는 축적된 국내 WiBro 기술에 대한 핵심역량을 어떻게 발휘하고 세계 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최근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34개국에서 49개 사업자들이 Mobile WiMax(WiBro) 네트워크를 시험하거나 상용서비스를 위한 망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향후 이들 지역에 대한 시스템 및 장비의 본격적인 수출이 기대된다.
또한 이번 표준 채택발표 이후 바로 일본 동경에서 국내업체들은 WiBro 기술 시연회를 개최하는 등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광대역, 대용량 전송이 가능한 웨이브2가 상용화되는 내년부터 KT와 SKT 등 와이브로 서비스 사업자를 중심으로 국내에서의 WiBro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계획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국내 업체들에 대한 지원책의 마련과 아직 시장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WiBro 서비스 활성화 등에 축적된 역량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WiBro 국제표준 채택의 진정한 의미가 되살아나고, 향후 우리가 개척할 수 있는 WiBro 시장에 대한 미래가 더욱 밝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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