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佛家)에서 커다란 법회를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법당에 다 수용할 수 없었기에 이처럼 야외에 단을 설치하고, 탱화를 내어다 걸고, 멍석을 깔고, 법회를 열던 것을 야단법석이라 하였던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의 수를 비롯하여 그 규모가 대단하였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간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석가께서도 생전에 야외에 단을 설치하고 많은 설법을 하였다 하는데, 법회 때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할 당시에는 무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하니, 그 모습이 얼마나 떠들썩하고 시끌벅적하였겠는가.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질서는 정연했을까 싶다. 아무튼 이러한 모습을 일컬어 비유적으로 쓰이던 말이, 이제는 보편화되어 일상생활에서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경우에 흔히 끌어다 쓰고 있다.
다가오는 12월 19일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난리다. 상대후보의 약점을 캐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인 양 목숨을 걸고 싸운다. 마치 그 모습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연상케 한다. “~카더라”라는 식의 의혹제기는 이미 그 정도를 넘어섰다.
국정감사라는 국회 고유의 권한도 후보들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전락되고 말았다. 미국으로 도피한 금융사기범 김 아무개 송환시기를 놓고, 양측이 주장을 달리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그리고 두 번이나 대통령선거에서 낙선을 하였던, 한 원로 정치인의 세 번째 출마문제가 선거 판을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은퇴를 선언한 후 약속을 깨는 것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대결은 아예 뒷전으로 내팽개쳐진 꼴이 되어버렸다. 정책은 사라지고 비방과 의혹만 남아있는 지금의 정치판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그리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과거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거기에 타고 있는 모두는 그저 불안하기만 할 따름이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 이번만큼은 내손으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단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지도자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이도 있다. 누구는 지금의 남북관계를 비롯하여, 국방과 외교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놓고 본다면 어느 대통령선거가 중요하지 않겠냐마는, 특히 금번 선거에는 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만 같다. 아마 우리네 형편이 전보다 더 어려워졌기 때문 일 것이다. 이제 대통령선거가 40일 남짓 남았다. 그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금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어서 5년이 아닌, 그 몇 배에 달하는 만큼의 시간을 위하여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
“경제는, 국방은, 통일은, 정치는, 교육은, 외교는, 문화는, 그리고 국가질서는 이러이러하게 하겠습니다.”라는, 확신에 찬 말을 후보자의 입을 통하여 듣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소박한 소망이다. 아무튼 금번 대통령선거가 우리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야단법석”의 장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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