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명렬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장 |
이같은 환율하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미국 경기의 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에 반영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환율하락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과 환율하락의 하한선을 가늠할 수 없다는데 있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는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이어 최근 카드 거품 붕괴 가능성까지 높아짐에 따라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미국의 장기금리를 계속 하락시켜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달러화 약세의 핵심 요인인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문제도 그동안 미국의 고금리 정책과 높은 경제성장률에 가려져 있었을 뿐 전혀 해결된 것이 없다.
무역업계는 그동안 원고(高)현상을 경영상의 변수가 아닌 극복해야할 경영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왔다.
원· 달러 환율은 10년째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수출기업의 수출채산성을 악화시켜 왔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급격한 환율하락으로 2004년 9.3%에서 2006년 5.7%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률은 이 기간 8.2%에서 4.9%로 대폭 감소하였다. 하지만 우리 무역업계는 해외 고정 거래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때론 출혈수출을 감수해가며 때론 피나는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통해 두 자릿수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내수가 부진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 수준은 우리 수출기업의 수출활동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역협회가 지난 10월 말 263개의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환율하락관련 수출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이 수출마진을 확보하기 위한 환율수준은 최소 920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금의 환율로는 수출마진이 전혀 확보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원화환율 하락은 글로벌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대세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든가 환율하락의 요인이 일부 무역업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등 문제의 촛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
중국은 올해 수출이 1조 달러를 웃돌아 연간 20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통해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이 되었고 일본 역시 9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있으나 중국의 위안화나 일본의 엔화는 달러화의 움직임에도 출렁이지 않고 있는 점은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도 두 번씩이나 콜금리를 인상하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에 처한 미국이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국내외 금리차가 커지면 이에 따른 차익을 획득하기 위해 외국의 단기자금이 유입되고 외국에서 단기자금이 유입되면 결국 원화 값의 절상과 단기 외채의 급증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어렵게 한·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였으며, 유럽연합(EU)과의 FTA협상 또한 쉽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시장을 넓히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환율하락을 방치하여 FTA로 힘겹게 얻은 우리의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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