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은사님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필자에게 강의할 학교와 연주활동에 꼭 알아야할 분들, 음악회 출연기회까지 섭외해주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은사님이 제자에게 주신 지극한 사랑을 생각하면서 내가 사랑 받은 만큼 제자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종종 되새기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받은 만큼 나눠주고 베풀어야 그 진가를 더한다고 생각이 든다.
지난 2003년 10월 1일 대전 시민들의 문화향유 욕구 충족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열망을 담아 개관한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하 전당)은 지역민들에게 4년 동안 해바라기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 4년동안 전당이 시 사업소로 막대한 지원을 받고 지역예술인들의 꿈의 무대로 동경을 받았다면 이제는 조금씩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때가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김용환 신임 관장 취임에 맞춰 희망해봤다.
지난여름부터 지역예술계를 술렁거리게 했던 우려감이 지난 1일 제2대 전당 김용환 신임 관장 취임으로 일단락 정리가 되면서 기대감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동안 전당은 대전 시민들의 문화적 자부심이자 고급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싶어 하는 많은 공연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또한 전당은 우리 지역의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그 역할을 나름대로 충실히 해왔다. 그동안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공연을 유치해 대전 문화예술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은 전당의 업적이다. 물론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단순히 과도기적 오해와 시행착오라고 간주하고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당 개관이후 거의 모든 클래식 공연의 전당 쏠림 현상으로 ‘공연장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났다.
물론 이것은 전당의 잘못이 아니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좋은 서비스와 훌륭한 스텝이 있다면 더군다나 전당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예술인들에게 절대적이어서 지역의 다른 공연장들이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당의 그동안 서울 기획사를 통한 유명공연 유치 등에만 열을 올렸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역예술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지역 특성에 맞는 질 높은 기획공연에 지역 공연 예술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는가하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지역 문화예술의 생산자 역할인 전당은 지역문화예술의 수요자인 지역민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전당의 정체성이 아닐까.
김 관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 사람들과 최대한 많이 만나 의견을 경청해서 지역 공연예술계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임 관장이 지역민들에게 해바라기 사랑과 관심 속에서 지금의 전당 골격을 다졌다면 김 관장은 그동안 전당이 지역 공연예술계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만큼 받은 사랑을 어떻게 되돌려 줄 것이냐를 고민해야한다고 본다. 또한 전당 직원들과 지역공연예술인, 언론 등도 신임 관장에게 우선은 사랑의 눈웃음을 보내도록 노력하자. 그럼 그 사랑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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