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가 좀처럼 침체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건설업체들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대규모 공사발주 자체가 대부분 대형 건설업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형식`에 불과해 지역 업체들은 ‘들러리` 역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행정도시 공동주택용지 건축설계 심사 결과, 공모단위 P1∼P12까지 모두 대형 건설업체가 싹쓸이 했다.
지역의 대표기업인 계룡건설과 금성백조주택, 금실건설 등 3곳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겨나지 못했다.
이들 업체 모두 대형 건설업체에 밀려 수억원에 달하는 설계비용만 날렸다.
최근 정부가 행정도시나 혁신도시 등 국가건설사업을 위해 발주하는 공사에 ‘최고가치낙찰제`, ‘건축설계공모` 등을 실시, 이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격이 되고 있다.
최고가치낙찰제는 입찰가격 뿐 아니라 품질, 기술력, 공사기간 등을 종합 평가해 발주자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입찰자를 선정하는 제도로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최고가치낙찰제는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들은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건설업체에 대한 선호 경향이 강해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은 동등한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자기 집을 짓는다고 가정할 때 대형 브랜드 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냐”며 “대형 건설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밖에 없는 지역의 중소 건설업체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행정도시 공동주택 건축설계 공모도 대형 업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생색 내기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소 건설업체가 제출한 설계 작품이 대형 건설업체와의 작품과 비교해 월등히 뛰어나지 않고서는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대형 건설업체 선호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주관적이어서 같은 작품을 놓고서도 위원간 커다란 편차를 보이고 있어 공정하고 보다 객관적인 심사기준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대전충남도회 김만구 사무처장은 “건설업의 양극화 현상을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동산 건설경기도 장기침체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중소 건설업체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어 정부차원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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