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치매 예방에 좋은 것,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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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치매 예방에 좋은 것, 시(詩)

  • 승인 2007-11-01 00:00
  • 신문게재 2007-11-0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고스톱보다, 바둑보다 시(또는 책) 읽기가 치매 예방에 훨씬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단 신은 꽃을 스쳐 붉은 이슬에 젖어 들고, 고운 다리 버들을 헤쳐 푸른 안개 갈라놓네. 그래서 지금은 김안로의 과거시험 장원시 그네를 원문과 더불어 암송하는 중.


포도주의 신을 경배한 디오니소스 축제 이틀째에 비극, 희극, 사튀로스극이 펼쳐졌는데 아무래도 절정은 비극 경연이었다. 이 시간은 아테네 시민들에게 자신과 주변을 성찰하고 본성과 비판의식에 각성하는 시간이었으므로 시인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정치적 힘을 가졌다. 시와 시인이 시민 단합대회와 의식화 교육 구실을 했다. 이성으로 중무장한 플라톤에게 자로 잰 듯한 신분 질서 아래 각각의 미덕을 발휘하는 데 훼방꾼인 시인이며 예술가 나부랭이가 곱게 보일 턱이 없었다.

이상이 시인 추방론이 나온 경위다. 시인 추방론을 뒤집으면 오늘날 민주사회에서의 시인의 필요성을 반증해준다. 지구상에서 시인이 정치가나 행정가와 실제 한 몸이었던 실험국가가 과거 우리나라와 중국이다. 이런 전통에서 우러난 감수성과 활달한 상상력은 온갖 파리떼가 정치권에 들끓어도 망할 듯 망하지 않고 수백 년, 수수백 년 사직을 버티게 한 뒷심이기도 했다.

국내 자천타천의 시인을 늘려 잡으면 3만명을 헤아린다. 걱정할 일은 아니요, 시인보다 깡패와 창녀가 배출되는 것이 더 걱정이다. 시인들은 시를 왜 쓰느냐는, 존재론적 질문이기보다 돈 안 되는 일에 왜 매달리느냐는 힐문(詰問)을 자주 받는다. 그러기로 말하면 노래방에서 돈 내고 노래하는 행위나, 가령 내일(3일) 대전문인협회 주관으로 중도일보와 대전시낭송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한밭시낭송 전국대회에나 다같이 적용되는 질문이다.

빙충맞은 버릇 한 가지 자백한다. 바지 주머니에 시 한 마리(首) 넣고 사람이나 차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에 꺼내 외우는데, IQ 좋아진다는 옛 은사의 말에 30년 넘게 속아 넘어간 습관이다. 시가 어쩌니 시인이 저쩌니 해도, 세월과 시는 세상의 쓰레기를 치우기도 하며 시 읽기가 치매 예방에 좋다니 특별히 내버려둔다.

하지만 강권은 싫다. 다이어트 결심녀 앞에서 피자 먹기, 한약 먹는 남자 삼겹살집 데려가기, 또 활자만 보면 머리가 어질한 사람에게 시 권하기는 모두 놀부전(傳) 실천 행위다. 그래도 읽는 게 낫고, 일상과 동떨어진 만큼 일상탈출에 다시없는 특효약이다.

어렵지도 않다. 자신에게 맞는 시를 가볍게 읽고 어쩌다 시인의 마음을 품으면 그건 보너스다. 말 꺼낸 김에 도전 500수나 1000수 시 암송대회와 급수별 시 낭송 검정시험이 치러지도록 여력 있는 누가 나선다면 좋겠다. 자아와 본성에 깨어 있는 시간은 고대 아테네 시민보다 바쁜 현대인에게 더 긴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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