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
2단계 균형발전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한 연구결과를 보면 수도권은 40개 지자체가 발전지역으로, 16개 지자체가 성장지역, 7개 지자체가 정체지역, 3개 지자체가 낙후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여기에서 충청권은 3개 지자체만 발전지역으로 분류되었을 뿐, 5개 지자체가 성장지역, 13개 지자체가 정체지역, 12개 지자체가 낙후지역으로 보고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간 격차해소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역산업 수요를 반영한 R&D 강화, 인적교류의 제도화, 지방대학을 대상으로 한 특성화 사업단 공모사업 추진, 우수 외국 교원 유치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결과서를 보다가 최근 시행된 교육인적자원부의 인문한국(HK) 사업과 지방대학, 특히 운영기반이 취약한 지방연구소의 실상이 연관되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인문한국사업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인문학의 육성 발전을 위해 전례없는 예산 규모로 특별히 기획한 것이다.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 사업에 지원한 대학연구단과 연구소들의 평균 경쟁률은 10대 1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백 명의 박사들이 지난 여름에 합숙까지 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초임 연봉이 4,000-4,800만원에 이르는 데다가, 이중 50%의 연구인력은 10년 후에 정년 보장이 된다고 하니 고3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애썼다는 한 박사의 말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대학과, 참여할 기회를 가졌던 연구자들은 여건이 나은 편이다. 실제 작업할 수 있는 기간은 2개월이었는데 10년이라는 인문학의 장기적인 의제를 기획 구성하기에 그리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결국 기존에 연구 인력이나 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던 대학들이 아니면 시도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체 신청대학의 43%가 서울 소재였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전체적인 연구기반은 물론, 도서관 소장 자료마저 충분하지 않은 지방대학의 경우는 수도권 주요 대학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이러한 대학들은 인문학 진흥을 위한 특별 육성사업에서조차 다시 제외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명문대의 지방 캠퍼스들도 본교 도서관의 소장 자료에 비하면 평균 1/5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탁월한 업적을 가진 교수라 하더라도 연구 용역을 수행하는 박사과정생 한 명만 연구실을 비워도 이를 대체해 줄 인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도 교수직을 희망하는 박사들이 선호하는 경쟁력 있는 지방소재 대학은 좀 낫다. 지방소재 연구원에서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채용하고자 해도 지원자조차 거의 없다. 이른바 수도권 주요 대학 출신의 고급 인력은 지방근무와 거주 자체를 희망하지 않는다. 게다가 BK, HK 사업 등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에 우수 연구자들이 집중됨으로써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주요정책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자평에도 불구하고 R&D 분야는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반성적 고찰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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