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고등학생 이상쯤 되면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 중에서도 돈 잃고 상대방으로부터 지천 맞는 것은 단연 ‘독박`이다. 요즘도 성행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놀이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셋이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 가면 으레 몇 판씩 돌리고 나서야 음식이 나오곤 했고, 상가(喪家)에 가보면 여기 저기 구석진 곳에서는 빠짐없이 고스톱 판이 벌어진다.
얼마나 고스톱을 시대를 초월하여 쳤으면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박00 고스톱, 전00 고스톱, 김00 고스톱, 노00 고스톱이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고스톱의 유래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본에서 유래하였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고스톱에 나오는 용어를 보면 고도리(고:다섯, 도리:새), 나가리(나가레에서 변형된 말로 무효, 유찰, 허사되다), 쇼당(Show Down(까 보이다)의 일본식 발음) 등의 일본 말을 보아도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고스톱은 일견 보기에는 무엇으로 점수를 낼 것인가 방향을 정하고, 참가자가 성실하게 자신의 패를 모아서 점수를 내는 매우 긍정적인 놀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裏面)을 보면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고스톱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점수를 못 내도록 효과적으로 방해하는 사람인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사람이 청단이나 홍단으로 곧 점수를 내려고 하면 본인은 손해를 볼지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즉시 다른 사람들은 이를 방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속담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속담은 오랜 습관이나 어떤 특정한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정련된 말이다. 이것은 특정 문화권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리 멋있는 말이라도 공감하지 않으면 전해 내려올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속담이 오랜 세월 살아남았다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뜻이 사실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신문 방송을 보면 상호비방이 극에 달한다. 무두가 네거티브(Negative) 전략이다. 하루도 싸움하지 않는 날이 없고 상대방을 헐뜯지 않는 날이 없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는 느낌이다. 한번도 상대방을 치켜세우거나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객관적 사실이 아닌 것을 어떤 확증도 없으면서 소위 ‘카더라` 방송을 마구 흘려댄다. 이러한 네거티브 문화는 비단 고스톱문화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네거티브 사고의 습관은 우리가 좋아하는 놀이 문화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우리가 자랑하는 윷놀이를 보자. 윷놀이란 윷을 던져서 그 숫자만큼 말을 전진시키는 매우 간단한 놀이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통 놀이로 자랑할 만 하다. 그런데 윷놀이를 어느 정도 하다보면 묘미는 윷을 던지는 것보다 상대방 말을 잡아먹는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승패는 말을 빨리 가게 하려고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상대방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방해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주효하다. 억지 논리이겠지만 싸움을 할 때도 상대의 멱살을 붙잡고 잡아끈다. 리어카(Rear Car)도 단어의 뜻에 따르면 뒤에서 밀고 가야 되지만 우리는 앞에서 잡아끄는 방식을 택한다. 씨름의 경우도 상대를 잡아당겨 무릎을 꿇게 만들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이제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의 리어카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상호협력과 보완의 문화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 놀이인 널뛰기는 나의 수고로 상대방을 치켜세우고 더 멀리 볼 수 있도록 상대방을 배려한다. 그리하여 반사적으로 본인도 이익을 누리는 아름다운 놀이이다. 우리의 좋은 문화를 바탕으로 지금부터라도 제발 상대방을 견제하고 끌어내리는 네거티브 문화에서 상대방을 치켜세우고 배려하는 포지티브(Positive) 문화로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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