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갈등이 시청률 수직상승에 감초가 되는 현상과 달리 선거 국면의 갈등은 잘해야 본전 건지기가 힘들다. BBK 의혹에 이명박 후보가 연루되면 지지도가 상당 부분 빠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내리 13개월째 말갈기 휘날리며 독주 중인 후보가 낙마할 때에 대비해 말 갈아탈 준비를 한다는 것도 ‘보암직`하거나 지혜롭지는 않다.
지지자들의 마음이 한결같이 ‘오매불망 내 임이여!`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따지 않고 씨받이용으로 놓아둔 박을 씨동아라 한다. 그같이 속은 늙고 성기지만 유용한 존재임을 과시하면서 정말 이회창씨가 덜컥 출마라도 해서 경선 연장전, 경선 불복으로 인식되면 이는 원칙으로 성공했던 그 원칙을 정면으로 허무는 일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이 낡은 소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쪽으로 굳어진 캐릭터와 이 갈등 구조가 언밸런스하고 ‘정권교체`라는 주제사상을 구현하는 방식이 엉뚱한 때문이다. 심금을 울릴 애틋한 삼각관계를 못 펼치겠거든 초장에 아예 접는 게 좋다.
앞으로 본격적인 갈등과 진땀 나는 반전이 있더라도 ‘시청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는 본보 인터뷰에서 “오죽 걱정이 되면 나서겠냐”고 했지만, 한나라당의 딜레마는 “이것만한 고약한 네거티브가 어디 있느냐”는 원희룡 의원이나 “만절(晩節.오래도록 지키는 절개)”을 주문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말에 압축파일로 담겨 있다.
한나라당표 갈등과 춘향-이도령-변사또가 삼각축을 형성하는 춘향전의 차이점은 이것이다. 기생 신분이 양반 정실이 되기까지의 강화된 삼각갈등 구조가 흥행 요인이지만 한나라당이 사는 길은 큰 갈등을 살리려 죽어주는 춘향과 춘향모(母)의 설정처럼 갈등을 이내 유야무야하는 데 있다. 불확실성, 불안심리만 키워지면 소통 불능의 삼류 통속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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