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의 실제]
▲ 대전 대신고 논술동아리 교사들 |
위 글을 읽고 다음의 물음에 답해보자. 이 글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글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근거(들)로 이런 주장을 하는가?, 이러한 주장(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아니라면, 그 이유를 말해보자.
위 글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다.
①은 문제 제기, (④, ⑤) + ⑥ → ⑦ → ③ + (②, ⑨) → ⑧
여기에서 ⑤는 ④의 부연 또는 강조이고, ⑨는 ②의 되풀이이다.
이 글을 재구성하여 보면,
(1) [문제] 고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①)
(2) [전제] 고문은 살인보다 덜 심각한 인권 침해이다.(②)
(3) [전제] 살인이 정당화되는 사례들.(④, ⑥)
(4) [(3)로부터] 그러므로 살인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다.(③)
(5) [결론:(2)와 (4)로부터] 그러므로 고문이 정당화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⑧)
요약은 이 내용을 논제가 요구하는 글자 수에 맞추어 나열하면 되고, 그럼 비판으로 가 보자. 논리적으로 이 글은 귀납 논증 중 ‘잘못된 유비추론`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칙을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한번 따져보자.
이 논증은 타당한가? 즉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아마도, (2)와 (4)는 그런대로 인정할만한데도 불구하고 (5)의 결론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반례를 만들어본다. 반례란 전제를 모두 긍정하면서 결론이 달라지는 사례를 찾는 것이다.
(반례 1) 인권 침해의 정도가 심각한 행동일수록 더 잘 정당화되는 경우
이런 경우가 있을까? 말도 안 되는가? 어찌되었든, 이런 반례가 성립하지 않도록 하려면 또 다른 어떤 전제가 필요하다.
(숨은 전제1) 인권 침해의 정도가 덜 심각한 행동일수록 더 쉽게 정당화된다.
(재구성 2)
(1) [문제] 고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①)
(2) [전제] 고문은 살인보다 덜 심각한 인권 침해이다.(②)
(3) [전제] 살인이 정당화되는 사례들.(④, ⑥)
(4) [(3)로부터] 그러므로 살인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다.(③)
(5) [숨은 전제] 인권 침해의 정도가 덜 심각한 행동일수록 더 쉽게 정당화된다.
(6) [결론:(2)와 (4)로부터] 그러므로 고문이 정당화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⑧)
이렇게 해 놓으면, (5)의 숨은 전제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행동이 정당화되기 쉬운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 행동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하는가 하는 기준에 의해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은 다른 부당한 살인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당화 된다. 그러나 고문이란 언제나 고문을 행하는 자가 고문을 당하는 자에 대하여 압도적인 힘의 우위에 있을 때에만 자행될 수 있고 따라서 ‘불가피한 고문`이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논증은 잘못된 가정에 의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논리학을 좀 훈련받은 사람들은 이 논증의 숨은 전제를 비교적 쉽게 찾아내는데, 그것은 이 논증이 다음의 논증과 동일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비교, 비판해 보자.
(논증 1) 다이아먼드는 싸파이어보다 희귀하다. 그러므로 다이아먼드는 사파이어보다 비쌀 것이다.
(논증 2) 대통령은 분명히 지역구 국회의원보다 더 고위직이다. 갑돌이는 자기 지역구의 국회의원과 면담을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번번히 실패하였다. 그러므로 갑돌이가 대통령과 면담할 기회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제방향 및 의도]
문화와 과학적 현상을 토대로 다양한 사고와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목적을 두고 출제하였다. 통합 논술에서 요구하는 영역전이는 무척 어렵고 논리적으로 공통점을 찾아 기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공통적 요소를 찾아 다양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확산적 사고를 함양하는데 초점을 두고 출제하였으며, 답안에도 이런 요구사항이 기술되길 원하며 출제 하였다.
논제1에서는 인간의 귀소본능을 철새의 이동과 연관지어 기술하도록 하였다. 철새나 물고기들 자신들은 알지 못하지만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먼 거리를 이동하는 현상과 인간이 고향을 그리며 돌아가길 원하는 것과의 공통점을 찾아 기술하는 추리력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논제2는 철새의 이동을 자기장을 추론하는 문제로 자기장의 특성을 이용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될 것이다.
논제3과 4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해석과 이를 바르게 적용하는 태도를 측정하기 위해 출제하였다. 현대의 다양한 문화를 폐쇄적이며 독단적으로 수용하는 그릇된 태도에서 벗어나 개체의 문화를 인정하며 이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이고 타당한 방법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교사 강평]
논제 2)에 대한 강평
대전대신고등학교 과학교사 이청민
▲ 이청민 대전대신고등학교 과학교사 |
‘구술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속담은 논술에 참으로 적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논술을 하기 위해서는 구술에 해당되는 과학적 배경지식(스키마)이 있어야 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 논술이다. 학생의 답안 중 ‘각각의 단계는 반자성, 강자성, 상자성의 원리에 기인한다.`라는 문구는 오류가 있는 표현이다.
논술이란 주어진 제시문의 모든 것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알맞은 표현만 추출하는 것이므로 이 문구는 ‘각 단계는 상자성의 원리에 기인한다.`라고 표현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철새의 경우 세포가 특이하게 지구 자기장 방향으로 배열되어 지구 자기장에 따른 방향을 찾을 수 있기에 이동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두가 잘못되어 전체적으로 계속적인 오류가 발생한 이 글은 스키마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과학적 배경지식을 좀 더 보완한다면 답안이 보다 풍성해 질 것이라 생각된다.
논제 1, 3, 4에 대한 강평
대전대신고등학교 국어교사 성호제
통합논술 접근의 우선은 다양한 사고로부터
▲ 성호제 대전대신고등학교 국어교사 |
위 학생의 글은 전체적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풀어내는 사고능력이 우수하다. 철새와 연어의 이동이라는 현상과 인간의 감정을 자신의 논리력을 바탕으로 전개한 점과 장례문화에 대해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무척 우수하다 할 수 있다.
이질적인 제시문을 통해 공통적 속성을 찾아내는 능력을 창의적 사고라고 볼 때 ‘귀향`이라는 귀소본능에 무리없이 접근하여 전개하는 것으로 보아 논술에 대한 준비와 실력이 상당 부분 갖추어진 학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어진 논제에 대한 다양한 사고를 통한 발산적 사고 능력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장례문화를 나열 제시하고 이 중 하나를 택하여 기술하는 것보다 하나의 문제를 여러 방면으로 접근하여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명료하게 기술하여야 더 좋은 논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제3에서는 보편성과 다양성의 개념을 장례문화를 통해 정확하게 기술하여야 하며, 논제 4에서는 수목장에 대한 폐해를 반론과 재반론을 통해 타당성을 제시하였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는 논술이 되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