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백근 대전CBS 본부장 |
언론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정론을 펴는 한 그 비판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
노무현 대통령이 3년 전 CBS 창사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 한 얘기다.
노대통령이 공식적인 석상에서 ‘조진다`라는 듣기에 따라서 천박한 표현까지 써가며 언론에게 갖고 있는 뿌리깊은 피해의식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비판은 수용한다`고 덧붙여 평소 부정적인 언론관이 바뀔까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했다.
그해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동안 언론과의 관계가 팍팍했던 감이 있다. 건강한 긴장관계와 건강한 협력관계뿐만 아니라 나아가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으면 좋겠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과의 따뜻한 관계`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그로부터 3년후 노대통령은 ‘취재 지원 선진화방안`이라는 미명아래 기자실 폐쇄를 밀어붙였다. 임기를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실 못질을 강행한 것이다. 결국 기자들은 청사 로비에 돗자리를 까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재 부처 기자실을 없애고 대규모 통합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을 만드는 정부정책에 대해 이명박, 정동영후보를 비롯해 주요 대선후보가 하나같이 반대하고 있다.
집권 후 반드시 기존의 기자실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아가 정 후보의 경우 확대하겠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은 어째서, 무엇 때문에 기자실 대못질을 강행하는 것일까? 결국 노대통령의 빗나간 언론관에 특유의 오기가 어우러진 산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언론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줄곧 품고 있다 대통령자리에서 떠나면서 앙갚음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노대통령에게 있어 언론은 ‘쓴소리지만 몸에 좋은 약`이기보다 ‘귀찮고 못했다고만 시비거는 몹쓸 독‘으로 각인돼 있는 듯하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개인적인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언론을 적대시한 모 전직 대통령보다 더한 감이 있다.
정부가 새 기자실을 만들어주겠다고 하는데 왜 반대할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인 바로 ‘취재 접근 제한`이 숨겨져 있다는 걸 놓쳐선 안 된다. 기자가 공무원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편으로 간다는 건 자명하다.
실제 기자들 전화를 받으면 얘기를 않는 공무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겠지만 아주 지긋지긋하던 언론으로만 치부하는 이들은 ‘나 잡아봐라`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를 일이다.
현 정부는 언론의 지적과 비판에 대해 언론중재요청으로 적극적,‘전투적`으로 대응할 것을 독려해왔다.
공정위에는 조사권을 강화하도록 하고, 공공기관의 신문광고를 낼 경우 사전에 반드시 국정홍보처와 협의할 것을 지시하는 등 까칠한 언론을 손보는 방법을 알려줬다.
달라진 시대흐름에 언론도 예외일수는 없다,
기자실 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해 언론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언론은 사회의 公器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루아침에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는 건 결코 옳지 않다.
사회 환경 감시기능을 갖는 언론의 문제는 언론 스스로에게 해결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기자실 철거와 합동브리핑실 설치에 26억원의 예산이 잡혀있다. 정권이 바뀌고 다시 기자실을 복원시킬 경우 상당한 예산이 들어갈 거고 결국 국민세금만 그만큼 축내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판단이 불러오는 국고손실이 불보듯 뻔하다.
최근 언론사태에 대한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혹 속으로 ‘깜도 안되는 언론`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유종의 미`라도 거두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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