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기념일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저축의 날은 경제개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되었던 시기에 제정되어 올해로 마흔 네 돌을 맞게 된다.
매년‘저축의 날`이 되면 저축왕을 선정하고 포상하여 널리 홍보함으로써 저축의 중요성을 온 국민에게 알리고 저축을 권장해 왔다.
해마다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 저축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놀랍고 가슴 뭉클한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이런 덕분에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88년도에는 저축률이 44%에 이를 정도로 저축은 경제적 자립과 발전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원칙으로 인식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경제개발의 든든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의 저축률은 30.9%로서 1983년 27.7% 이후 2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저축률의 하락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소비가 늘어나야 경제가 잘 돌아가는 만큼 저축률이 떨어지고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저축률 하락은 투자를 어렵게 하고 해외에서의 자본조달 필요성을 높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자립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개인저축률이 떨어지면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거시경제차원에서 외화 자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매크로 유동성 위기(macro crisis)`는 아니지만 개인이나 기업 등 개별경제주체의 현금흐름 상에 문제가 생기는 마이크로 유동성위기(micro crisis)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중심으로 가계저축률이 계속 낮아지면 가계파산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닥치면 소비 회복이 어려워지고 기업 투자가 위축돼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또한 가계파산이 늘면 금융회사도 타격을 입게 된다. 저축률 하락을 경계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저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한편 금융소외 계층인 저소득층의저축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바 있는 선진국에서 저소득층의 저축에 대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제도를 우리도 확대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
즉, 미국에서 저소득층이 저축한 금액만큼 일정 한도 내에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개인개발저축계좌`제도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사항은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금융교육을 통해 저축의 중요성이 일찌감치 주지시킴으로써 장기적인 저축기반을 확보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성공철학의 거장 나폴레온 힐의 성공의 법칙 중에는 저축의 습관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축은 수많은 기쁨이나 유흥을 포기하는 자기희생을 의미하기 때문에 저축하는 습관은 다른 무엇보다도 강한 성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저축의 습관을 습득하는 사람은 동시에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다른 많은 습관들을 얻게 된다고 한다.
한편 농협은 매년 10월 저축의 달을 맞이하여 풍성한 고객사은행사를 갖는다. 올해도 저축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한 달간 정기예금 가입고객에게 최고 0.3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특판행사를 펼치고 있으며 또한 일정기준 이상의 전국 지역농협을 거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푸짐한 사은품도 증정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요즘과 같은 저금리시대에 `저축으로 팔자를 고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축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립의 터전이요 희망의 불씨이다. 우리 역시 선진국처럼 저소득층의 저축을 장려하고 금융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될 때 `저축의 날`은 더 이상 일과성의 이벤트가 아닌 많은 사람의 `축제의 장`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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