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한 해 에너지 수입액은 855억 달러로, 무려 80조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 제품인 반도체, 자동차, 그리고 철강제품을 수출한 액수와 맞먹는 규모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량이 한 해에 9억 배럴이라고 하니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1조 원 가까운 돈이 추가로 유출되는 셈이다.
유가상승은 기름을 소비하는 모든 나라들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는 훨씬 더 큰 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유가가 올라 세계 경제가 침체된다면 각 나라는 당연히 제품 수입을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출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수익성도 악화된다. 이는 다시 개인의 소득 감소와 내수침체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나라는 저성장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유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단기적인 대응책과 함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개발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 붐이 불고 있는 풍력이나 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는 그동안 많은 노력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기술적, 경제적 난관에 부딪혀 주춤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을 주력 발전원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보조 발전원으로 삼는 것으로 정리가 돼 가고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함께 한동안 주춤했던 원전 건설을 적극적으로 재개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준다.
원자력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서 대량의 전기를 값싸게 생산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발전원가에서 차지하는 연료비의 비율이 매우 작아 연료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발전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가령 현재 우리나라 전력의 40퍼센트를 생산하고 있는 20기의 원전에 필요한 연료비는 겨우 연간 5천억 원 정도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의 0.6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라늄 가격이 급등하여 원전 연료비가 2배 오른다 해도 1조 원의 연료구입비로 우리가 쓰는 전기의 40퍼센트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원자력발전은 기술자립만 되면 국산에너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유가 시대에 원자력발전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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