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니게 특정 이해단체와 지역, 문중, 이념으로 편이 갈리고 있다. 신라장군 이사부, 떡방아 백결선생, 바다의 왕자 장보고, 귀주대첩 강감찬, 서화가무 황진이, 장군의 아들 김두한, 심지어 이수일과 심순애는 왜 없는지 궁금히 여겨진다. 소식통에 따르면 유관순은 탈락시킨 채 김구와 안창호, 신사임당과 장영실이 경합을 벌이며 실무 협의 중이라 한다.
정체성과 정통성의 기준이 다르니 이런 ‘돈선거`가 따로 없다. 지역선거, 이념선거 양상마저 띠는 그 첨예한 꼭대기에 신사임당과 유관순이 있다. 유 열사 기념사업회와 3.1여성동지회, 이화여고 총동문회가 유관순을 밀고 강릉여협, 전국주부클럽연합, 모현회는 신사임당을 민다. 여성계는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밀고, 과학계는 장영실을 미는 모양새다. 충청향우회도 전자다.
소위 ‘낯설기 하기` 기법으로도, 율곡 모자(母子)가 지폐에 동반해 오르느니 한국의 잔 다르크 유관순이 신선하다. 감동은 습관화를 벗어난 틀에서 무한 확장된다. 그런 점에서 체 게바라, 호세 리잘, 산디노, 전봉준은 지폐 모델 감이다. 게릴라 지도자, 실패한(?) 독립운동가가 지폐 얼굴인 나라는 많다. 모잠비크 돈에는 독립을 위해 심부름한 추장 얼굴이 새겨졌다. 피 뜨거운 한국여성의 존재를 만방에 떨치며 지폐 모델로 숨쉬는 유관순은 어떤가. 자부심과 자신감 아니겠는가.
그런데 더 깊은 내심을 밝히면 1000원짜리 신권 구분에 시시하게 헤매는 필자는 리디노미네이션, 즉 화폐 액면 변경을 여전히 지지하는 편이다. 100000과 50000, 동그라미가 몇 개야! 끝내 고액권으로 가고자 하면 현모양처형보다는 우리의 영원한 누나 유관순을 ‘강추`한다. 유관순 선거운동이라는 허망한 소리를 듣더라도 누나의 센 기(氣)를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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