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상상이 어디 그뿐이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영화라는 것은 필름을 일정속도로 돌려서 움직이는 효과를 얻는 것이라는 생각에, 반대로 필름을 그대로 두고 사람이 앉아 있는 객석을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 마찬가지로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지하철 터널 벽면에 연속사진을 붙여두고 차창을 통해 달리면서 본다면, 한편의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다.
꿈의 날개를 펴자면 한도 없다. 자전거 수리공을 하면서 패달을 열심히 밟으면서 자전거에 날개를 붙인다면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터무니 없는 공상을 한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상상의 꿈은 언제나 자유롭고 아름답다. 그러다가 지금부터 30년전 처음으로 해외출장을 갔다가, 외국공항에 설치되어 있는 ‘무빙워크`(길이 움직이는 평지의 에스컬레이터같은 시설)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꿈이라고만 여겼던 ‘움직이는 길`은 이미 실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전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에 갔다가 걸프해안에 모래로 야자수 나무모양으로 바다를 매립하여 인공섬을 만들고 모노레일을 설치하여 육지와 연결하면서 야자수 나뭇가지마다 백사장과 수영장,연못이 있는 꿈속에 그리던 그림같은 집들을 짓고 있는 팜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걸프 바다는 사파이어보다 더 맑고 푸르렀고, 백사장의 모래는 눈부시게 흰 상아빛이었다.
현실은 상상보다 더 환상적으로 실현되고 있었다. 일본 나리타공항에는 손님을 맞는 웃는 얼굴이 연속사진으로 지하철 터널벽에 붙여져 있고, 라이트 형제가 상상했던 자전거는 지금 초음속으로 온세상의 하늘을 날고 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상상들이 결코 상상으로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사람의 상상은 공상이요, 여러 사람들의 상상은 구상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상상은 계획이겠지만, 모든 사람들의 상상은 현실이 되고 만다. 팜아일랜드를 그리며 또 상상을 해본다. 저 무질서하고 하늘과 산마루를 찌르는 고층 아파트들이 자취를 감추고,스위스같이 주택들이 모두 산기슭에 고즈넉이 자리잡아 숲의 공기와 꽃의 향기를 맡으며 햇살이 아침을 깨우는 그러한 택지를 조성하는 것이 산이 70%인 우리 환경에 더 적합한 산기슭 문화는 아닐까? 또 집집마다 둘러친 담장이 없으면 국토는 아마 2배는 더 넓어지고 마음은 4배는 더 넓어지지 않을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어머니들은 마을 문화센터에 모여 음악을 전공한 다른 어머니의 지도에 따라 악기를 하나씩 배운다면, 마을마다 어머니 교향악단이 생겨 마을의 휴일과 공원은 음악이 흘러넘치는 비엔나가 되지는 않을까? 숲과 정원이 있는 산기슭 전원주택에 담장없는 창문을 마주하며, 마을마다 음악이 흐르는 푸르고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 깃드는 산마다 이름과 개성이 달라 가는 것마다 색다른 맛이 있는 곳. 우리는 이를 숲속에 꾸미는 심포니빌리지라 이름지어도 좋으리라. 상상은 즐거운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는 자유로움으로 인해 즐겁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상상은 더욱더 즐겁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