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의 지식환경과 교육여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예비고사, 학력평가, 수학능력시험 등 명칭은 변했지만 우리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의 틀과 내용은 큰 변화가 없다.
수학능력시험의 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5지선다형` 시험이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학습방법도 주입식 교육이 중심이다. 해마다 수많은 교육전문가와 학계의 비판이 있어왔지만 우리 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학능력시험의 틀과 내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미래교육의 화두 ‘집단지성`과 ‘적시학습`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미래교육`이었고, 화두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과 ‘적시학습(Just-in-Time Learning)`이었다.
‘집단지성`이란 “우리는 나보다 더 똑똑하다 (We are smarter than me)”는 모토 아래 선진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식정보 시스템으로, 네티즌이 만드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가 대표적 사례다. 유네스코는 ‘집단지성`을 모델로 세계적인 100여 대학과 가상현실대학을 설립 중이고, 미국정부는 MIT를 비롯한 수십여 개 대학 컨소시엄을 구성, 수업료 없는 사이버 강의를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유엔미래포럼은 <교육 2030보고서>에서 향후 과거의 교과서나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적시학습`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미 1997년부터 언어, 수리, 인문학 등의 과목을 제외한 과학기술 등의 교육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식을 사이버 과정을 통해 공부하게 하고 있다.
현재 선진 각국 정부가 초중고 과정은 물론, 대학과정까지 ‘집단지성포털` 구축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미 ‘국가 집단지성 포털`을 구축, 학생들이 정제된 정보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바로 ‘집단지성`을 적절히 활용하고, ‘적시학습`을 학생 스스로 수용하여,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논리력과 사고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창의적인 논리력과 사고력은 논리학을 비롯한 철학 교육, 그리고 논술을 통한 글쓰기와 토론을 통해 길러진다.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비롯한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입시제도는 전통적으로 논리학을 포함하는 철학교육을 바탕으로 논술과 토론형 구술시험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의 경우에도 2005년부터 기존 시험에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에세이 시험, 비평적 독해(critical reading), 고등수학인 대수학(algebra) 등을 포함시키는 등 논리적 사고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논술, 즉 비평적 에세이 쓰기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 ‘공직 적격성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외무고시와 행정고시, 그리고 6급 견습직원시험 등 일부 공직 임용시험에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등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인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학입시제도의 핵심인 수학능력 시험의 평가방법은 여전히 ‘5지 선다형`이며, 초등교육부터 중등교육까지 12년 동안 논리학을 포함한 철학, 또는 논리적 글쓰기나 토론식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올 해도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기간의 논술과 구술면접 준비를 위해 학원이나 과외를 찾아 다녀야 하며, 우리 고등학생들이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SAT학원을 다녀야 한다.
이제 눈앞에 다가온 ‘집단지성`과 ‘적시학습` 시대에 대비하는 교육 방향은 분명하다. 초등교육부터 논리학을 포함하는 철학을 교육해야 한다. 평가방식 또한 논술과 토론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다음세대의 교육은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올 해 대통령 선거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우리 교육정책의 개선이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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