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영 대전노은고 교감 |
그런데 이러한 제도를 통해 알 수 있는 외적인 사항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내 자녀의 내면을 학부모는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또 교육상담을 통해 얻는 자녀의 성격, 행동 등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개방적인 심경으로 수용할까?
어머니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벽을 느끼는 경우가 가끔 있다. 모정이라 이해하기엔 도가 넘는 자녀에 대한 편견을 감지하는 까닭이다.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조언이나 의견이 범접할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고슴도치 모정을 지닌 어머니들이 있다.급우에게 함부로 하거나 진실성이 부족하여 고칠 점이 많다고 생각되는 아이라도 그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판단은 참으로 명쾌하고 확고하다. 내 아이는 늘 옳고 착하다. 아이의 성정을 부정적인 쪽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맹목적 모정의 소산이다.
성장단계에 따라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는 성향, 능력도 함께 자라는데, 자녀가 어릴 때 형성된 어머니의 아이에 대한 믿음만은 세월이 흘러도 불변이다. 내 아이가 좋은 심성을 지니고 반듯하게 자라기를 소망하는 마음의 발현 탓이리라.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지도한 경험이 많은 선생님은 아이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고 정확한 판단을 가지고 있다. 상담하러 온 어머니는 자녀가 얼마나 귀하고 장점이 많은 아이인지를 강조하느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다.
선생님이 학부모와 함께 노력해서 고쳐 주고 싶은 아이의 결점을 말하는 경우 어머니는 즉시 방어하고 변명하는 자세로 대응한다. 상담이 전개됨에 따라 선생님은 이 고슴도치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신앙과도 같은 확신을 깨거나 바로잡을 수 없음을 터득한다.
겸허하고 수용적인 귀를 지니지 못한 어머니는 자신의 설득으로 선생님의 아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은 듯한 착각을 소득으로 안고 돌아간다. 더러 선생님의 조언이 마음에 걸리지만 굳이 깊이 생각지 않으려 한다. 착하고 소중한 내 아이의 품성이 훼손당하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바라는 것과 현실은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 이런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과 아이의 현실적 품성을 제대로 구분하는 일은 굳이 혜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내 아이의 언행을 직시하고 아이의 한계나 결점을 인정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갑옷처럼 입고 있는 맹목적 모성애를 탈피해야 아이의 행동을 바르게 볼 수 있고 부정적 사고나 행동이 고착되기 전에 교정할 수 있다. 진정한 모정은 바로 보고 귀 기울여 듣고 인정하는 마음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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