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문화기행]무력으로 인간마음까지 정복할 수 없어

[몽골 문화기행]무력으로 인간마음까지 정복할 수 없어

⑥ ‘문명과 세계화’라는 화두

  • 승인 2007-10-22 00:00
  • 신문게재 2007-10-23 11면
  • 조성남 본사 주필조성남 본사 주필
문명에 바탕 둔 국제질서 추구해야
대자연 속 몽골인의 삶 만족감 높아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군사정치학, 비교정치학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문명충돌론`을 통해 유명해진 학자다. 필자는 그의 명쾌한 문명론을 즐겨 읽곤 하는데 세계 각국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저변에 깔려있는 문명이란 변수에 착안해 냉전이후의 세계정치질서에 대한 견해를 밝혀 1990년대 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앞선 시리즈(②)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시한번 그의 견해를 인용해본다. 그는 책말미 ‘문명의 동질성`에서 ‘평화와 문명의 미래는 세계의 주요문명들을 이끄는 정치인, 종료인, 지식인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만이 세계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수단이라고 결론지었다.

헌팅턴의 이 말은 세계화, 정보화시대인 21세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하겠다. 이미 세계가 한 블록으로 움직이는 시대에 살고있는 지금 전쟁과 같은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려는 생각은 시대에 뒤져도 한참 뒤진 생각이다.

▲ 몽골인들이 ‘어머니의 바다’로 일컫는 흡스골 호수풍경.
▲ 몽골인들이 ‘어머니의 바다’로 일컫는 흡스골 호수풍경.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은 평화와 문화적 공존이라는 게 통찰력있는 모든 이들의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헌팅톤이 설파한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는 참으로 좋은 지적이며 21세기 지구촌사람들이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란 생각이다.

필자는 짧은 몽골기행을 통해 강대국의 의미에 대해 새삼 되짚어보았다. 말달리는 속도로 세계를 유린했던 몽골 대제국은 제국주의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유럽인들은 지금도 몽골의 과거 행적을 증오하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망한 나라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무력은 인간을 잠시 지배할 수는 있어도 인간을 마음으로부터 복속시키지는 못하는 것이다. 원나라의 강성했던 대제국의 위용은 그저 전통의상박물관속의 화려한 의상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에 불과한 것이다. 한때 무력으로 호령했던 많은 나라들 역시 지금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박물관 속에 그 영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무력의 강건함보다 문화와 문명에 뿌리를 둔 정신적 삶과 적절히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도만이 인류에게 필요한 존재라 여겨진다. 이같은 시대 흐름을 세계와의 접촉에서 배우고 또 느껴보게 된다는 게 몽골여행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이라 하겠다.

▲ 울란바토르 근교에 건립중인 13세기 민속촌 앞에 선 필자.
▲ 울란바토르 근교에 건립중인 13세기 민속촌 앞에 선 필자.
아울러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고있는 웰빙열풍에 대해서도 몽골여행은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웰빙은 다른 말로 하면 행복한 삶이다. 몽골은 GNP개념으로 보면 가난한 저개발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물질위주의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인간의 행복이란 척도에서는 다른 분석이 가능하다.

척박한 땅이 계속되는 나라이면서도 전통적으로 몽골인들은 학식이 풍부한 지식인을 우대하고 존중해 왔다. 돈과 명예보다 인간적인 덕망과 지혜를 더 귀중한 가치로 여겨왔던 몽골인들은 라마교 승려를 배출하면서 약탈보다 자급자족을 추구하면서 강성했던 군사력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했던 역사이기에 몽골인들은 공동체정신이 강하고 예절을 지키고 남을 위하여 관용을 베풀 줄 아는 박애사상이 남다른 민족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요인도 있겠지만, 짧은 여행기간에 만난 몽골인들은 손님접대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자연과 함께 해야하는 그들의 삶은 그만큼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는, 삶의 질 면에서는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야하는 우리보다 나은 삶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몇시간을 가도 끝없는 초원을 달리며 파란 하늘을 벗삼을 때 삶의 찌꺼기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가보지 못했지만 몽골인들이 ‘어머니의 바다`라 일컫는 홉스골호수는 러시아의 바이칼호보다 한수위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전경.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전경.
홉스골호수와 같은 대자연이 있는 나라, 죽기전에 꼭 가보아야할 고비사막과 같은 관광자원이 있는 나라가 바로 몽골이라는 점에서 몽골은 매력을 지닌 나라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은 인간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나쁜 기억은 세계화의 위험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헌팅턴의 말처럼 범지구적으로 벌어지는 문명과 야만성의 진짜충돌에서 종교, 예술, 문학, 철학, 과학, 기술, 윤리, 인간애를 풍요하게 발전시킨 세계의 거대한 문명들은 단결하거나 충돌해 갈라 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문명에 바탕을 둔 세계질서가 인류가 희망을 걸 수 있는 대안이라는데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

몽골의 대초원을 보면서 칭기즈칸과 같은 영웅의 지배보다 문화적 공존과 상호간의 평화적 협력이 인류를 더 풍요롭게 해 줄 것이며 세계인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풍요롭게 할 때 새로운 21세기 인류문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조금은 이상적인 생각을 뒤로하고 울란바토르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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