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지식인의 자살은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책임인가?

[나는야 논술 짱]지식인의 자살은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책임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교논술

  • 승인 2007-10-17 00:00
  • 신문게재 2007-10-18 13면
【문제】다음 (가)의 주인공이 지닌 삶에 대한 태도를 설명하고, (가)의 관점에서 (나)와 (다)의 죽음에 대해 논하시오.

[유의 사항]
① 제시문을 그대로 옮겨 쓰지 말 것.
② 적절한 글의 제목을 붙일 것.
③ 1800자(±180) 분량으로 쓸 것.

(가) 그는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맑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 들어온다. 사닥다리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며 독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올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 속에서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찬 눈이 얼굴 위에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그는 눈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짚고, 떨리는 다리를 바로 잡아가며 일어섰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눈은 의지적인 신념으로 차가이 빛나고 있었다. 본부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준비 완료 보고와 집행 명령이 뒤이어 떨어졌다.

눈에 함빡 쌓인 흰 둑길이다. 오오, 이 둑길······몇 사람이나 이 둑길을 걸었을 거냐.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선 언덕, 흰 눈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똑바로 걸어가시오. 남쪽으로 내닫는 길이오. 그처럼 가고 싶어하던 길이니 유감없을 거요. 걸음마다 흰 눈 위에 발자국이 따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정확히 걸어야 한다. 사수(射手) 준비! 총탄 재는 소리가 바람처럼 차갑다. 눈앞엔 흰 눈뿐, 아무것도 없다. 인제 모든 것이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죽음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트른,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흰 눈, 그 속을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선 언덕, 흰 눈이다. 연발하는 총성,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만 같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를 잡아 일으키는 것 같다. 뒷허리에 충격을 느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적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가며 방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 오상원『유예』에서

(나)‘月 40만원` 어느 시간강사의 죽음
“제일 급한 것은 카드대금 정리이고, 월말엔 대출금 이자도 정리해야 한다(중략). 파국을 견디며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날 믿고 격려해 준 가족에게 무책임한 짓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인문대 시간강사인 A씨(34)는 자신의 노트북에 이 같은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촉망받는 ‘서울대 박사`였다. 시간강사직을 얻을 때만 해도 그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기대하던 교수 임용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A씨는 냉혹한 현실의 벽을 느껴야 했다. 1996년 동료 대학강사인 아내(35)와 결혼해 일곱 살배기 딸을 둔 A씨는 2년 전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에 시간강사와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주변에서는 “이제 고생은 끝났다”며 반가워했다.

그러나 A씨가 3학점짜리 한 강좌를 맡으며 받은 강사료는 월 40만원, 연구원 보수까지 합쳐도 수입은 월 200만 원 선이었다. 경찰은 “백씨가 어려운 관문을 뚫고 취업했으나 기대만큼의 경제적 반대급부가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한 듯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교수 임용에 실패한 몇 개월 전부터 우울증 치료제 ‘세라토닌`을 복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7시30분 경 서울대 인근 야산의 소나무에 비닐끈으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동료강사 이 모 씨(33)에게 발견됐다. A씨는 발견되기 3일 전부터 집을 나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 모 일간지에서

(다)한스는 이제 비로소 지난 2년 동안의 라틴어 학교 시절에 친구를 한 명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당시의 동료 학우들은 이미 고향을 떠나버렸거나, 아니면 견습공이 되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스는 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와도 친분을 맺지 못했다.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고, 그들 또한 한스에게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고작해야 늙은 교장 선생이 두 번 정도 다정스럽게 몇마디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 라틴어 선생과 마을 목사도 길거리에서 한스를 만날 때에는 친근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지만 한스는 그들에게 실상 무가치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가득 채워넣을 수 있는 그릇도 아니었고, 다양한 종류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논밭도 아니었다. 한스를 위하여 시간을 낸다거나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마을 목사가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지고 한스를 돌보아주었다면, 한스를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 목사가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가 줄 수 있는 학문, 혹은 적어도 학문을 추구하는 자세 따위는 벌써 오래전에 한스에게 남김없이 주었다. 그 이상은 마을 목사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라틴어 실력에 대하여 어느 누구라도 타당한 근거를 내밀며 반박하는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성경을 설교를 위한 출처로 삼지 않았다. 그는 역경에 처한 사람들이 기꺼이 찾아갈 수 있는 그런 부류의 목사는 결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온갖 고뇌를 덜어 줄 수 있는 선량한 시선과 다정한 언어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기벤라트 역시 한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기 위하여 나름대로 무진 애를 쓸 뿐, 한스의 친구나 위로자가 되지는 못했다.

사랑마저 빼앗기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한스는 자그마한 정원에 앉아 햇볕을 쬐거나 숲속에 누워 몽상에 젖었다. 때로는 괴로운 상념에 쫓겨다니기도 했다. 독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책을 펴기가 무섭게 머리와 눈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느 책에서나 수도원 시절과 그 당시의 두려운 악령이 다시 되살아났다. 그리고 숨막힐 듯이 무시무시한 꿈의 한 모퉁이로 한스를 데려가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거기에 꽉 붙들어놓는 것이었다.

이렇듯 고통과 고독에 내맡겨진 병든 소년 한스에게 위로자의 가면을 쓴 또 다른 유령이 다가왔다. 그리고 점차 그와 친숙하게 되어 급기야는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권총을 구한다거나 숲속 어딘가에 밧줄을 매단다거나 하는 일은 물론 어렵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은 거의 매일 같이 한스의 산책길을 따라다녔다. 한스는 조용하고 외딴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끝에 편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죽음의 보금자리로 정해 놓았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거기에 찾아갔다. 머지않아 사람들이 멀리서 자신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리라는 상상을 하며 이상야릇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밧줄에 매달 나뭇가지도 마음속으로 정해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무게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지도 시험해 보았다. 이제는 한스의 가는 길에 아무런 장애물도 놓여 있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아버지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와 헤르만 하일너에게 보내는 무척 긴 편지를 썼다. 나중에 이 편지들은 한스의 주검 옆에서 발견될 것이다.

이제 모든 준비가 확실하게 갖추어졌기 때문에 한스에게는 여느 때와는 달리 평안이 깃들이기 시작했다. '숙명적인' 나뭇가지 아래 앉아 있노라면, 여태껏 그를 짓누르던 압박감은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기쁨에 넘치는 환희가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왜 진작 저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지 않았던가!

그의 생각은 돌처럼 굳어졌고, 이미 죽음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스는 얼마 동안이나마 마음의 평안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라도 먼 여행길을 떠나지 전에 기꺼이 그러하듯이, 이 마지막 날들의 아름다운 햇빛과 고독한 몽상을 마음껏 맛보려고 했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예전부터 낯익은 주위 환경에 여전히 머물면서 자신의 위험천만한 결심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은 남다른 쓰라린 쾌감을 주었다. 의사를 만날 때마다 한스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자, 두고 보라니까.

운명의 여신은 한스로 하여금 자신의 암울한 구상을 마음껏 즐기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한스가 날마다 죽음의 잔을 들이키며 몇 방울의 환희와 생의 의욕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상처입은 불구의 젊은 영혼 하나쯤이야 그다지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그 영혼은 자신의 원을 끝까지 그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계획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직 삶의 쓰디쓴 맛을 느끼지 전까지는.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밑에서」

[논제 분석 및 출제의도 파악]

청소년기는 일생의 목표와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 문제는 실존주의적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복합적인 현대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생각해보게 하는 문제이다. 우선 (가)의 주인공의 의식에서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파악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삶을 정확하게 의식하고자 한다. 죽음까지도 인식하고자 하는 철저한 실존주의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개인은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에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나)의 A씨와 (다)의 한스의 죽음이 지닌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논술에서 출제 의도에 맞게 논지를 밝히려면 논제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부터 정확하게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사회적인 패배의식으로 무책임한 죽음을 결정한 A씨와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현실에서 소극적인 좌절감으로 죽음을 선택한 한스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다 간 것인가? 지식인으로서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인식하고 있었는가? 수레바퀴 같은 사회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선택한 것인가? 소중한 인간의 생명에 대한 인간 자신의 존재의식에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학생작품]정진이 충남여자고등학교 2학년
지식인의 삶과 죽음

▲ 정진이 충남여자고등학교 2학년
▲ 정진이 충남여자고등학교 2학년
현대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와 지나친 경쟁 사회로 변모하면서 계층 간 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외 집단이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 고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빚에 쪼들린다고 해서 선택하는 자살이 과연 개인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특히 능력은 있으나 냉혹한 사회구조를 견디지 못한 지식인들의 죽음은 누구의 문제일까? 이들의 죽음을 사회적 존재인 인간으로서 최선의 선택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시문 (가)의 주인공은 포로로써 전쟁의 참혹함에 대하여 절망하고 회의를 느끼는 인물이다. 적진에서 처형당하기 전 한 시간의 유예 시간을 거치면서, 전쟁과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처형을 앞둔 ‘나`는 결국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실존 의지를 의식하고자 한다.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에서 죽음보다도 삶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삶을 인식하여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은 살아있는 그 순간까지만 존재할 뿐이라는 죽음의 무의미함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제시문 (나)의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상실했다. 촉망받던 지식인이었던 그는 기대하던 교수 임용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자 냉혹한 현실에서 절망감을 느낀다.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경제적 무능에 대해 좌절한다. 젊은 지식인은 결국 힘든 삶을 타개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현재의 삶에 굴복하고 자살한다.

그는 제시문 (가)의 주인공처럼 자유 의지로 자신의 존재 방식을 결정하고, 삶을 스스로 의식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순간의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충동적으로 생명을 포기하였다. 급변하는 사회적 구조에 적응하려는 개인적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제시문 (나)의 주인공의 죽음은 경솔한 행동이며, 자신의 삶에 대해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제시문(다)의 주인공 ‘한스` 는 총명한 학생으로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여 성적이 떨어진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과 가족들은 그에게 점점 무관심해지고, ‘한스` 는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껴 결국 자살한다. ‘한스` 의 죽음은 명문 사립 고등학교라는 사회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자신 스스로가 사회체제에 맞춰 행동하려 하지 않고, 사회 체제가 자신에게 맞게 변화되길 바랬다. 이러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가 그의 죽음을 초래한 것이다. 만약 지식인인 ‘한스` 자신이 사회 체제에 적응하도록 최선을 다했더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더 잘 발휘했을 것이다. 또한 ‘한스` 가 제시문 (가)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에 대해 치밀하게 성찰하는 자세를 지녔더라면,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실존의지 없이 사회체제라는 수레바퀴에 깔려버린 ‘한스`의 죽음이 허무하고 안타깝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제시문 (나)와 (다)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에 대해 절망과 회의를 느껴 자살하는 지식인들이 있다. 그들의 자살이 냉혹한 사회체제와 주위의 무관심 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 같지만, 지식인의 자살은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자살은 인간의 존재의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재 의미가 경제적, 사회적 수준에 의해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인의 현명한 성찰에 의해 인간생명은 인간이 살아있어야만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한다. 따라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위를 막기 위해 앞으로 현대 지식인들은 제시문 (가)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과 실존 의지를 갖고, 스스로 정진해 나갈 수 있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

[심사평]홍경옥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사

▲ 홍경옥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사
▲ 홍경옥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사
논술 평가 요소는 주로 이해분석력, 논증력, 창의력, 표현력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학생의 글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표현과 안정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논술 평가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창의력 부분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창의력은 무조건 독창적인 글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을 높이 평가하는 영역이다.

특히 독서 논술은 문학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기초로 평가하기 때문에 창의력이 중요하다. 문학 작품은 개연성이 있는 허구를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의 다양한 삶을 제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전쟁 중 처형당하는 젊은 청년의 실존 의식을 다루고 있는 ‘유예`를 이해하고 내면화할 수 있어야 논제에 바르게 접근할 수 있다.

이 학생은 (가)의 주인공이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의지와 신념을 파악하여 논의의 기초로 삼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의식을 인간의 실존의지로 확장시켜 본질적인 삶에 대한 주체성을 기준으로 다른 작품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A씨의 죽음을 경솔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보고, (다)의 한스의 죽음도 자신의 삶에 대해 치밀하게 성찰하는 자세를 지녔더라면 더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라는 피상적 비판에 머무르고 있다. (나)와 (다)의 죽음이 실존적 의미에서 개인의 선택이었는지, 사회 구조에 의한 수동적인 선택이었는지를 동일한 기준에 의해 분석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수레바퀴에 깔려버린 ‘한스`의 죽음이 허무하고 안타깝다는 분석은 감상에 머물고 만 것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제시하지 못한 논거와 주장을 결론에서 보완해주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과 실존 의지를 갖고, 스스로 정진해 나갈 수 있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주장으로 글을 끝내고 있다. 괄목상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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