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소중한 의무이자 가치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보도를 통해 접하는 충격적인 자살소식이 잇따르고 있고, 마치 아이들의 홍역이 유행하듯 유행병처럼 돌고 있는 세태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우려스러운 것도 매한가지 심정이다. 종교적 접근으로 왜곡해 들을수도 있으나, 하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자살의 경우 그 심각성은 매우 위중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최근 연평균 자살 사망률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82년 인구 10만명당 기준 6.8명이었던 것이 20년이 지난 2002년 통계로 무려 18.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자살사망률과 증가율 모두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은 현실이다. 사회의 다변화속에서 생명이 쉬고 충전되야 할 가정의 기능은 점차 상실되가고 있고, 치열한 사회는 사람들을 지쳐가게 만들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삶이 주는 은혜의 가치를 미처 생각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고 마는 악순환이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경제적 원인에 기인한 자살은 빈곤층에 주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가족구성원의 죽음으로 인한 연쇄적인 파행은 그 끝을 모르게 치달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소식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한창 꽃을 피워야 할 청춘의 나래가 무색하리만큼 젊디젊은 젊은이들의 죽음은 많인보다 강도 높은 우울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결국 이러한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세상과 맺어진 인연의 끈을 스스로 놓고 마는 불행한 파국을 초래하고 만다는 것이다.
비단 연예인 뿐 아니라, 최근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자살률이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풍조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는지 반증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목숨을 져버리는 사회의 이면에는 앞서 지적한 원인 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치열해지는 사회속에서 삶의 무게를 한두번쯤 아니 그 이상의 빈도를 느끼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삶의 일부일지도 모를 일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당장 내일의 시간에 희망의 베팅을 던질수 없는 절박한 현실에 처해있든, 생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현실과 손을 놓는 선택만이 정답은 아닌 것이다. 자살은 탈출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고통일 뿐이며,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 국가는 그리고 사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부분의 자살원인이 경제적 이유와 빈곤에 기인한다라는 통계에서 보듯이,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 배려가 절실한 부분이다. 또한, 자살을 머릿속에 염두한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부채질 하듯 다가오는 일부 몰지각한 인터넷자살사이트 등의 양산과 처벌은 국가적으로 엄중히 시행되야 될 것이다.
다른 각도로, 드라마나 언론에서 조장되는 자살의 미화는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때로, 집회도중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택한 죽음의 길이, 단순히 의로운 행동으로만 비춰지고 삶의 본질적 의미에서 생명을 져버린 어리석음을 꼬집지 않는다면, 정작 우리는 생명의 존귀함을 무시한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있어 개인의 선택적 권리를 침해한 근거는 희박하다. 그러나, 주변에 누군가가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으려는 상황을 보고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워 외면한 것인지 자못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생명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된 고유의 가치이고 최고의 가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몸을 던져버리려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끊임없는 관심과 시선이 아닐런지... 생명은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가장 소중한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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