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형편이 이렇다보니 천 원짜리 종이돈의 가치 또한 덩달아 하락한 느낌이 든다. 길에서 구걸을 하는 걸인들도 이제는 1000 원짜리를 지폐를 요구하며, 동전을 건네주면 싫다는 표정을 보인다. 서너 살의 어린 아이들에게도 최소한 천 원짜리 지폐정도는 주어야지, 동전을 손에 쥐어주면 슬그머니 손가락에 힘을 뺀다.
이처럼 동전의 가치가 추락하여 천 원짜리가 기본적인 화폐처럼 되어버렸으며, 이를 가지고 무언가에 생색을 내기에는 무척이나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1000 원에 상당하는 1달러가 지닌 위력을 새삼 발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여름 대전시한의사회 해외의료봉사단을 이끌고 우리 시의 자매도시인 베트남 빈증성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생활환경이 참으로 열악한 성의 네 군데 현을 순회하면서 1600여명의 환자들을 보살펴주었다. 진료 첫날 현지 공무원과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주민들은 더운 기후 속에서 살면서 영양보충을 위하여 우유를 섭취한단다. 그 우유라는 것이 우리가 마시는 우유와는 달리 캔에 들어있는 연유 한 숟가락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이란다. 그리고 연유가 담겨있는 깡통 하나의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450원 정도라고 하는데, 한 사람이 1개월가량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1000달러를 주고 연유 2000통을 사서 현지 주민들에게 고루 나누어주었는데, 너무나 고마워하던 표정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1달러가 지니고 있는 가치가 곳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날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지난 주 어느 날인가 아침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모 지상파 방송의 특별 프로그램은 1달러의 위력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빈곤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개미에 다리가 물려 염증이 생긴 어린 소년이 1달러면 구할 수 있는 항생제를 제때에 쓰지 못하여 결국에는 다리를 절단하였단다.
어느 아이는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전염병을 얻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란다. 또 다른 아이는 학교에 갈 돈을 벌기위하여 유리조각이 널려있는 쓰레기 야적장을 맨발로 뒤지고 있단다. 순간 우리는 상대적으로 너무나 많은 축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커지기만 하였다.
그날 방송의 목적이 가난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세계 각지의 어린이 1만 명에게 1대1로 후원자를 결연해주는 것이라 한다. 매달 2만원을 도와주면 결연을 맺어주는데, 그 돈이면 한 가정의 한달 생활비가 된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를 하고 있다. 전쟁을 겪은 후 반세기만에 이러한 개가를 올렸으니, 기적이라고 표현을 해도 그리 잘 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 메김을 하고자 한다면, 어려움에 처한 지구촌 곳곳을 도와주는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척도가 국가의 총생산도, 국민소득으로만 재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와 사회적 기부 또한 더욱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1달러의 위력이 더 많은 곳에서 발휘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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