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참여정부 후반기에 들어와서는 개정 의료법 국회상정에 이어 성분명처방제도의 시행,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발의 등 각종 의료개혁조치와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의사협회는 현 국면을 의약분업 이후 최대의 위기로 인식하고 적극 반대투쟁에 나설 기세이다. 의사들의 결집력에 의해 또다시 의료대란이 터질 조짐이다. 그러나 정작 이와 같은 사태변화의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국민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관심 밖이라는 뜻이다. 개혁조치에 대해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정도의 인식 수준이다. 작금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어떤 사회학자는 의사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돼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왜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당연히 면허주의에 있다. 의사들은 십 년 이상을 오로지 면허 따는 일에만 골몰한다. 그 칼날 같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의사들은 그들만의 직역에 몰입하면서 외부에 대해서는 울타리를 친다. 언제부터인가 의대생들은 다른 분야의 대학생들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다양성의 실습장인 대학사회 속에서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고 그 속에서 주로 그들끼리 어울려 지낸다. 그 사이에 다른 세계와는 철저히 단절되고 다른 직역과 계층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깊고 다양한 이해심을 상실하게 된다. 미국의 저명한 한 의료리더십 전문가는 의사들이 정말 어렵게 따낸 면허에 의해 무조건 존경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결국에는 많은 실패에 직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사람의 병을 고치는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존경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의사와 고객 사이에 불신이 자리잡고 있으면 질병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환자가 의사에 대해 존경심을 갖지 못하거나, 또 반대로 의사들이 사회에 대해 고립감을 느낄수록 질병치료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아는 바대로 오늘날은 다원주의 사회이다. 국민들 모두는 저마다 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민주주의 핵심세력인 대중은 그 어떤 특권계층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른바 대중민주주의 시대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단일의 면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반의약품이 슈퍼에서 판매되지 못하는 것이 순전히 약사들의 면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마치 감옥과 같은 좁은 면허주의가 사회 전반에 불신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
단일의 면허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의 욕구와 사회는 너무 다차원적이면서 다양해지고 있다. 때문에 면허주의를 고집할 경우 수많은 이해당사자의 이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그들의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들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사회의 다차원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이해심도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