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선거는 획득한 표수로 자리를 맡을 사람을 가려내는 절차이다. 표를 많이 얻는 자가 최종적으로 웃을 수 있는 절차가 선거이기 때문에 입후보자는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득표 수단이든지 동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잘 모르기는 해도 유권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공약의 개발, 탄탄한 조직력의 확보,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를 대면 접촉할 수 있는 부지런함, 호감을 주거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 등이 중요한 수단일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사실상 선출된 사람의 직무 수행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것들도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직무 수행과 별 관계가 없는 개인의 속성이 당선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것이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큰 맹점이기도 하다. 대학 총장 선거도 선거인 이상 이러한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딜레마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다.
때로는 일반 선거에서나 있을 법한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나 행정이 대학 선거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한 가지 예만 든다면 교수 해외파견제도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5년쯤은 근무해야 겨우 1년쯤 해외 파견을 갈 수 있었다고 기억되는 데 언제부턴가 그 절반 정도의 기간만 근무해도 1년 반 동안 해외파견을 갈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다. 아마도 적지 않은 교수들이 그러한 제도의 변화를 반기고 있고 또 실제로 혜택을 입기도 하겠지만, 사실상 그보다 많은 수의 교수들이 그 폐단에 대해 개탄하고 있다.
대다수의 교수들이 학과 사정을 고려해서 2-3년 근무하고 1년 반쯤 해외에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감히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해도 소수라도 제도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행태가 결국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안 그래도 대학에 적을 두고 3년씩 다른 공직에 나가있는 것이 가능한 직장이 우리나라 대학이 아닌가? 뜻있는 교수들은 이러한 선심성 행정의 대부분이 직선제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총장 선거에서는 제발 선심성 공약은 자제되었으면 한다. 더 적극적으로 기대한다면, 과거에 선심성 공약이나 행정 때문에 잘못 만들어진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좀 색다른 후보자가 나왔으면 한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 하기보다 유권자를 설득해서 희망 있는 대학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는 데 동참시킬 수 있는 그런 개혁적인 총장 후보자는 정말 없는 것일까? 어느 국영기업의 사장이 1원의 봉급을 받겠다고 자원했듯이, 자기 희생이야말로 타인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넓은 길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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