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스로가 ‘광인`을 몰고 다니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출간 이후 인터뷰와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수순. 지난주에만 열 건의 인터뷰를 소화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의 소설을 두고, 현실 정치 혹은 지금의 시대 상황과 연결시키려는 해석도 분분하다. 김씨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는 대신 “소설은 항상 당대를 향해 발언하는 것”이라는 말로 답했다.
“당시의 인물들이 지금의 인물들과 일 대 일로 대응될 수는 없는 것이고요, 말하자면 뜨거운 상징 같은 것일 수는 있겠죠. 현 상황에서 변주 가능한 본질적 물음을 던지는 것입니다.”
▲ 김탁환씨 |
백탑파는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등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지식인 그룹으로,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원각사 10층 석탑 아래 자주 모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의 세 번째 이야기인 열하광인은 ‘열하광`의 멤버들이 당한 의문의 죽음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백탑파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글을 읽으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탑파는 모두 당대의 사상과 예술을 대표할 만한 뛰어난 인물들이었다”며 “최소한 공부를 해두면 소설을 못 쓰더라도 배울 점이 많겠다는 생각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열하광인의 출간으로 백탑파 이야기를 일단락했다. 하지만 백탑파 시리즈는 끝난 것이 아니다. 그는 “열하광인으로 백탑파 중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지만 함께 결합했던 화가와 과학자 등의 이야기를 계속 쓸 생각”이라며 “다만 세 권의 책을 내는데 10년을 공부했으니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전 자신이 ‘소설가로 끝장을 보겠구나`라고 예감한 당시 반드시 이순신과 박지원의 이야기를 다루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짐을 이뤄낸 지금 그는 “조금은 허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보통 작품이 80% 정도 쓰여지면 다음 작업을 구상하는데 지금은 새로운 것을 찾지 않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계속 공부하는 과정에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 ‘열하광인`은=조선 후기 정치사의 최대 미스터리로 손꼽히는 문체 반정을 배경으로 한 김탁환의 2007년 신작 장편소설. 이 책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비밀을 파헤친다. 정조가 문체 반정을 일으킨 1792년에 초점을 맞추었다. 백탑파 서생들을 유난히 아끼던 정조가 문체가 단정하지 못함을 이유로 백탑파의 우두머리인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등을 탄압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금서로 낙인찍힌 『열하일기』를 몰래 숨어 읽는 사람들의 모임인 `열하광`의 우두머리 이명방은 연쇄 살인 사건의 살인자로 지목이 되게 되는데..... 민음사/ 상·하 2권/ 각권 9500원
▲김탁환은=1968년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부터 3년간 해군사관학교에서 국어교수로 재직하며 초고를 완성한 것이 소설‘불멸의 이순신`. 그 이후 ‘허균, 최후의 19일`, ‘압록강`, ‘독도평전`,‘나, 황진이`,‘서러워라, 잊혀진 다는 것은`, ‘방각본 살인사건`등 치밀한 사상사적 연구가 바탕이 된 장편 역사 소설을 연이어 발표했다.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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