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계웅 대전지방보훈청장 |
이 시는 우리가 잘 아는 민족시인 정지용의 ‘향수’로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단적으로 노래하면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짓밟혀 순결을 빼앗긴 우리조국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근심이 깔려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를 통해 정지용은 우리가 지켜야 할 조국,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박하고 순결하게 살아가야 할 향리 즉 조국을 잊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고 괴로울 때나 슬플 때는 항상 그곳을 동경하며 그리워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지쳐 고향을 찾았을 때 고달픈 속내를 연로하신 부모님께 다 털어놓진 못해도 그 분의 얼굴에서 우린 위안을 받아왔다.
지금 그 옛날 시골의 정취와 신비를 우리 문명이 빼앗아 가버렸지만 고향의 밤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별들이 반짝거린다. 그리고 누렇게 익은 들판 한가운데에 서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양이면,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고향의 정겨운 소리들이 어느새 내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어릴 적 친구들과 뛰놀던 추억의 초등학교는 어느새 작고 볼품없는 건물로 자리 잡거나 잡풀만이 가득한 폐교로 변해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지난달 25일은 누구에게나 풍성한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던 고향을 방문하여 오랜만에 일가친척,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등 마음과 마음이 주고받는 따뜻한 명절이었다.
반면 고향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주변에는 많이 있다. 이북이 고향인 사람, 고향이 댐 등으로 수몰된 사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또는 너무 바빠서 못가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자녀가 고생된다고 고향에서 부모님들이 자녀가 사는 도시의 집을 찾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갈 수는 없더라도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우리는 고향을 그리며 고향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항상 따뜻해지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은 고향을 시골에 두고 있다. 지금 시골은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들이 고향의 인심과 어울려 넉넉한 정취를 더 자아내고 있다. 풍요로움과 정겨움을 만끽하기 좋은 계절인 것이다.
지난 추석 때 가지 못한 분들은 지금 고향을 향해 떠나보자. 그리하여 도시에서 힘들고 지친 몸을 풍요로움과 정겨움이 그득한 고향에서 재충전하여 활기찬 삶을 찾아보자.
고향에는 지금 늙으신 부모님들이 자녀 걱정에 곡식 한 톨이라도 더 건지려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나 저제나 자녀가 오기만을 학 수 고대하고 있다. 도시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잘사는 자녀라 하더라도 부모님의 마음은 끼니는 거르지 않는 지 늘 노심초사 하고 계신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푸근함과 넉넉함을 고향에서 느껴보자. 그리고 어릴 적 때 묻지 않은 꿈과 동경을 하던 그곳에서 삶의 희망을 다시 품어보자. 늙으신 아버지의 두 손을 잡고 각박했던 그간의 세월을 훌훌 털어버리고 넉넉한 인심과 잔잔한 평화를 느껴보자.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40~50대의 젊은 가장들, 쉴 틈 없이 숨 가쁘게 살아온 산업·경제의 버팀목! 그러나 이제는 언제 구조조정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세대, 윗세대에 치이고 아랫세대에 쫓기는 샌드위치 세대. 주름살이 그득한 부모님이 계시는 넉넉한 고향에서 다시 한번 인생의 활력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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