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접대 중시하는 몽골풍습 따뜻한 정 느껴져
▲ 게르와 양떼 /그림=김배히 서양화가 |
아침시간에, 그것도 개막식에 독한 술을 권유하다니…. 이런 일이 바로 국가와 민족간의 관습 또는 문화적 이질감에서 온 충격이라 할 수 있다. 몽골인들은 손님을 잘 접대하는 그들의 습속에 따라 보드카를 손님들에게 대접한 것이었고 때마침 방학기간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술을 내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오전시간에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필자는 쇼크를 받았던 것이다.
몽골은 유라시아대륙 중앙에 위치해 있는 초원지대에 자리해 있어 대표적인 유목민족으로 꼽힌다. 지금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착생활을 하지만 아직도 몽골의 유목풍속은 곳곳에 남아 있다. 몽골의 주산업이 목축업인 것을 보아도 이를 짐작할 수 있으며 초원에는 양과 염소, 말과 낙타, 소 등 가축이 무리를 이루고 있어 유목민족임을 알 수 있다. 문화는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사는 삶의 모습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유목민족인 몽골의 생활상은 짧은 여행기간이었지만 필자에게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제일 먼저 주거공간인 게르가 눈길을 끌었다.
몽골을 여행했던 사람들 가운데 게르에서 묵으면서 아주 고생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시멘트건물에 질린 필자에게는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었다. 몽골의 8월은 낮에는 영상 25도를 웃도는 더위가 계속되나 여름에도 밤에는 영상 1~3도까지 떨어지는 초겨울날씨를 보인다. 그러나 게르 안에는 난로가 구비돼 있고 장작을 피워 훈훈했으며 이런 분위기가 여행객의 여수를 달래주었다.
유목민족인 몽골인들이 이동이 간편하고 보온이 잘되는 게르를 주거공간으로 만든 것은 어떤 점에서 인류의 지혜란 생각도 해보았다. 또 게르는 환경파괴적 요소가 아주 적다는 점에서도 필자의 눈에는 뛰어난 주거시설로 비쳐졌다. 자연과 하나라고 생각하는 몽골인들에게 게르는 많은 의미가 부여된 공간이며 그 안에 역시 집안의 질서가 부여돼 있다.
▲ 몽골인들의 주거공간인 게르. 이동이 쉽고 보온이 잘되는 장점이 있으며 환경파괴적 요소가 적어 자연친화형 주거시설이라 할 수 있다. |
주거와 함께 식생활 역시 유목민의 모습이 느껴졌다. 유목민이 초원에서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소나 염소, 양과 같은 가축이 대부분으로 몽골인들의 주식은 고기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주로 빵과 고기를 먹었으며 그때마다 술도 빠지지 않았다. 몽골에 온 다음날 묵은 곳이 ‘어워니 엥게르` 라는 숙박지였는데 초원 한가운데 위치한 게르로 이루어진 캠프였다.
첫날 우리 일생을 위해 통양고기요리를 만들었다. ‘호르혹`이라고도 불리는 이 요리는 큰 솥에 양고기를 통째로 넣고 감자와 양파를 비롯한 양념과 돌을 집어넣어 장작에 끓여내는 요리로 양대신 염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양고기라는 선입관으로 냄새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그 반대였다. 고기는 맛이 있었다. 다만 질긴 부위가 있는 게 흠이었다. 또 울란바토르의 한 식당에서 말고기요리도 먹어보았는데 아주 부드러웠고 육질도 좋았다.(정작 몽골인들은 말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고기와 함께 가축의 젖으로 음식과 유제품을 만들어 먹는다. 우유로 치즈나 버터를 만드는데 유럽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아울러 아이락, 타라크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만드는데 아이락은 마유주(馬乳酒)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락은 말젖을 저어 만든 유제품인데 알코올성분이 함유돼 있다. 식사때마다 나왔는데 약간 시큼한 맛이 있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여러 번 마시니 익숙해지기도 했다.
몽골에서는 물이 귀하다고 한다. 또 물을 신성시하기도 하는데 물이 귀한 초원지대에서 살아야 하는 유목민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몽골인들의 생활에서 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겨울이 길고 이동이 많은 유목민들이기에 술이 일상에 깊숙이 자리했을 것이다. 앞서도 술 이야기를 했지만 필자의 여행에서도 술은 언제나 따라다녔다.
몽골의 보드카는 소련의 보드카 이상으로 독해 금방 취하게 된다. 몽골예술대교수들은 독한 보드카를 따라주며 마시기를 권했다. 몽골에서는 만취하는 것이 예의란 얘기를 들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공감과 정을 느껴보았다. 유목민으로서의 그들의 삶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자본주의 문화가 발달한 우리와 달리 서두르지 않고 긴 여름방학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연 삶의 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지와 함께 호흡하며 늘 하늘을 머리에 이고 지평선과 초원 속에서의 거친 삶이지만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어쩌면 웰빙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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