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신뢰 적자인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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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신뢰 적자인 한국사회

  • 승인 2007-10-04 00:00
  • 신문게재 2007-10-05 20면
  • 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후세에 자손들이 벼슬하다 뇌물을 받으면 본가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 죽어도 선영에 묻지 마라, 내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나의 자손이 아니다.”중국의 포청천이 자신의 집 돌벽에 새겼다는 가훈이다. 그에 못지않은 청백리는 한국에도 있었다.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최석이 승평부사의 임기를 마치고 한양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임기를 마치면 말 8필을 골라 가지고 가는 관행이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전별금인 셈이다. 그러나 최석은 한양에 도착한 후 타고 갔던 말과 따라온 망아지도 돌려보냈다. 이후 그 관행은 사라졌고, 최석을 기린 팔마비(八馬碑)가 세워졌다고 한다.

부정부패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연원이 오래되었다. 기원전 2225년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곡물 또는 금전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는 자는 처벌한다”는 조문이 있다. 그런데 21세기가 된 지금도 부정부패 타파는 지구촌 곳곳에서 개혁의 키워드이자 시대적 코드로 강조된다. 1977년에 미국이 해외부패방지법을 제정한 후 각종 부패방지협약이 잇달아 발효되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반부패 라운드에 진입했다.

한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헌법의 조항에 따라 1999년 OECD에 뇌물방지협약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써 협약이 발효되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부패청산과 정부혁신을 정부의 2대 과제로 설정하였다. 청와대의 권력형 비리와 고위공직자 비리를 상시 감시하고 예방하는 전담반까지 운영하고, 국민적 의혹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특별검사제까지 도입했다. 그런데 특검제를 도입하고 부패방지위원회와 청와대 특별사정기구를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예산을 소요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당한다면 그 국가는 ‘신뢰 적자`의 위기에 놓인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1995년 국제투명성위원회의 ‘세계반부패회의`에서는 한국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 예시되었다. 5000억원이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비자금사건이었다. 그 대통령은 5년의 재임기간 동안 하루에 2억7400만원씩, 그리고 1시간당 2283만원씩의 비자금을 조성한 셈이다. 월 200만원을 받는 봉급생활자들은 무려 2만830년 동안 생존하며 봉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당시 하루에 1억 3780만원씩 이자가 발생했던 거액을 일국의 대통령이 정치비자금 명목으로 거두어들이다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후 대통령이 3번이나 바뀐 지금, 한국은 특검이니 부패방지위원회니 청와대 특별사정기구니 하는 것들을 별도로 설치하느라 높은 ‘기관손실` 비용을 치르고도 여전히 가짜박사 교수 사건이며, 부산 건설업자의 정관계 로비의혹 등의 진실게임형 비리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다이애너비가 살아 돌아와도 이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거라는 비유처럼 도덕성이 결핍된 한 여성의 행동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에 중요한 정치 사안들은 매몰되었고, 자극적인 사진을 게재하거나 변호사의 말을 그대로 헤드라인으로 뽑아내는 언론의 선정성도 갈수록 그 수위가 위험천만에 이르렀다. 지역간, 다자간 국제협정으로 반부패라운드가 본격화된 세계를 바라보며 조선 후기의 부패한 정치에 경종을 울리며 ‘목민심서`를 집필했던 정약용의 심정이 헤아려진다. 다산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던 조선왕조는 그리 오래지 않아 결국 종말을 맞았다.

이제 대선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국은 세칭 ‘제2의 정인숙`이라는 그녀의 명품 옷과 외제 차, 고급 오피스텔과 개인사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신뢰 적자`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한국호를 건져 낼 21세기의 포청천과 최석의 발굴에 전국민의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벼슬하는 사람이 청렴하면 7할은 자격을 갖춘 것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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