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구집중.빈부격차 등 몽골사회 홍역
무궁무진한 관광자원 바탕 새 발전 기회로
올해 황순원문학상후보작에 오른 소설 ‘남방식물`은 작가 전성태가 6개월간 울란바토르에 체류하며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중 하나다. 2005년말부터 겨우내 울란바토르에 머물며 작가는 자본주의가 이식된 몽골의 풍경을 목격했는데 그곳 몽골의 오늘에서 한국의 어제를 보고 착잡함을 느꼈다. 30년전 우리의 근대화과정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전성태처럼 몇 달이 아닌 짧은 기간동안 돌아본 몽골여행이었지만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70년간 유지해왔던 구소련식 소비에트체제에서 벗어나 민주국가로 전환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자본주의국가 대부분이 겪고있는 도시로의 인구집중현상이다. 몽골의 인구는 채 300만명이 되지 않는데 울란바토르에는 계속 인구가 몰려들고 있어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놀라운 인구집중이 아닐 수 없다.
▲ 울란바토르 교외에 있는 재래시장. 각종 난로 및 난방기구가 많아 추운지방임을 알 수 있다. |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을 뜻한다. 공산혁명후 혁명에 의미를 둔 이름이라고 한다. 울란바토르 시내 중심부에는 수흐바타르광장이 있다. 광장 중앙에 수흐바타르동상이 있고 뒤편에는 정부중앙청사가 있으며 오른쪽에 문화궁전과 국립극장 등 주요시설이 이 광장 주위에 몰려 있다. 시내를 다니다보면 몇 번씩 이 수흐바타르광장을 지나게 돼 울란바토르 도심규모가 크지 않음을 알게된다.
일본인촌과 호텔이 있는 울란바토르 중심가에는 비교적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는데 옷차림에서 빈부격차를 감지할 수 있었다. 몽골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같이 사는 공동체정신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과거 몽골이 공산화된 것도 이같은 몽골사회의 공동체정신이 밑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보았다. 이러한 몽골사회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갖가지 부작용도 겪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재산소유가 가능해지면서 물질에 대한 욕심이 몽골인들을 파고들고 있다. 경제성장이 시작되면서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몽골사회도 겪고 있는 것이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민주국가로 전환된 이후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
천혜의 휴양지인 이곳 테럴지에는 톨강 지류가 흐르고 있으며 숲이 우거져 있어 몽골인과 외국인 모두 즐겨찾는 곳이다. 이곳에는 이미 골프장과 리조트시설이 들어서 있는데 해마다 리조트시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지인의 말이다. 자본주의 도입과정에서의 부작용은 비단 몽골사회만 겪는 것은 아니나 몽골사회 역시 이같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흔히 외국여행에서 겪는 일이지만 몽골에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소매치기뿐 아니라 밤거리를 혼자 다니는 일 역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이같은 사례를 통해 돈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은 몽골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알게 된다. 국민소득이 낮기 때문에 몽골의 물가가 싸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잘못된 정보다. 싼 물건은 우리네보다도 더 싸지만 울란바토르에서의 생활물가는 우리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게 현지인들의 말이다. 실제로 몇 년전에 울란바토르시내에 아파트를 마련한 한 한국인사업가는 최근 몇배가 오르는 횡재(?)를 했다고 들려주었다. 그만큼 자본주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이곳 울란바토르이기도 하다.
몽골시내의 백화점을 가 보았는데 백화점에서의 물건은 공산품보다는 공예품과 모직물이 많았다. 몽골의 경제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었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전경.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 을 뜻한다. |
그리고 몽골은 이미 우리나라에 많은 취업 및 연수생을 보내고 있으며 몽골인에게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인 역시 관광과 종교 그리고 사업을 목적으로 몽골을 방문하는 숫자가 늘고 있으며 양국의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제국시대의 뺏고 빼앗기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협력을 통한 상생으로 서로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시대에 살고있는 한국과 몽골의 관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백야로 밤이 늦게 시작되는 울란바토르 거리의 붐비는 인파에서 여행자는 몽골의 또다른 발전을 기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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