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의 명암’... 조성남 주필

‘울란바토르의 명암’... 조성남 주필

  • 승인 2007-10-01 00:00
  • 신문게재 2007-10-02 11면
  • 조성남 본사 주필조성남 본사 주필
소비에트체제 탈피 민주국가 전환에 급변
도시 인구집중.빈부격차 등 몽골사회 홍역
무궁무진한 관광자원 바탕 새 발전 기회로


올해 황순원문학상후보작에 오른 소설 ‘남방식물`은 작가 전성태가 6개월간 울란바토르에 체류하며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중 하나다. 2005년말부터 겨우내 울란바토르에 머물며 작가는 자본주의가 이식된 몽골의 풍경을 목격했는데 그곳 몽골의 오늘에서 한국의 어제를 보고 착잡함을 느꼈다. 30년전 우리의 근대화과정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전성태처럼 몇 달이 아닌 짧은 기간동안 돌아본 몽골여행이었지만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70년간 유지해왔던 구소련식 소비에트체제에서 벗어나 민주국가로 전환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자본주의국가 대부분이 겪고있는 도시로의 인구집중현상이다. 몽골의 인구는 채 300만명이 되지 않는데 울란바토르에는 계속 인구가 몰려들고 있어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놀라운 인구집중이 아닐 수 없다.


▲ 울란바토르 교외에 있는 재래시장. 각종 난로 및 난방기구가 많아 추운지방임을 알 수 있다.
▲ 울란바토르 교외에 있는 재래시장. 각종 난로 및 난방기구가 많아 추운지방임을 알 수 있다.
울란바토르가 몽골의 수도라고 하지만 중심가를 벗어나면 초원지대나 다름없다. 도시로서의 간접자본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다. 울란바토르 외곽지역에는 과거 50년대 우리의 피난민촌을 연상케하는 판자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이 역시 급격한 인구유입이 빚어낸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을 뜻한다. 공산혁명후 혁명에 의미를 둔 이름이라고 한다. 울란바토르 시내 중심부에는 수흐바타르광장이 있다. 광장 중앙에 수흐바타르동상이 있고 뒤편에는 정부중앙청사가 있으며 오른쪽에 문화궁전과 국립극장 등 주요시설이 이 광장 주위에 몰려 있다. 시내를 다니다보면 몇 번씩 이 수흐바타르광장을 지나게 돼 울란바토르 도심규모가 크지 않음을 알게된다.

일본인촌과 호텔이 있는 울란바토르 중심가에는 비교적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는데 옷차림에서 빈부격차를 감지할 수 있었다. 몽골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같이 사는 공동체정신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과거 몽골이 공산화된 것도 이같은 몽골사회의 공동체정신이 밑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보았다. 이러한 몽골사회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갖가지 부작용도 겪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재산소유가 가능해지면서 물질에 대한 욕심이 몽골인들을 파고들고 있다. 경제성장이 시작되면서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몽골사회도 겪고 있는 것이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민주국가로 전환된 이후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민주국가로 전환된 이후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몽골시내를 지나다 ‘Antique`란 이름의 한 상점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네 골동품상점인데 몽골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오래된 골동품부터 최근의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있었다. 그런데 이 상점의 주인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한국말을 하고 있었으며 그의 모습에서는 능숙한 상인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골동품가게에서 자본주의의 돈냄새가 풍겨나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의 돈냄새는 이미 울란바토르 시내는 물론 인근의 테럴지국립공원에서도 느껴졌다.

천혜의 휴양지인 이곳 테럴지에는 톨강 지류가 흐르고 있으며 숲이 우거져 있어 몽골인과 외국인 모두 즐겨찾는 곳이다. 이곳에는 이미 골프장과 리조트시설이 들어서 있는데 해마다 리조트시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지인의 말이다. 자본주의 도입과정에서의 부작용은 비단 몽골사회만 겪는 것은 아니나 몽골사회 역시 이같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흔히 외국여행에서 겪는 일이지만 몽골에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소매치기뿐 아니라 밤거리를 혼자 다니는 일 역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이같은 사례를 통해 돈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은 몽골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알게 된다. 국민소득이 낮기 때문에 몽골의 물가가 싸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잘못된 정보다. 싼 물건은 우리네보다도 더 싸지만 울란바토르에서의 생활물가는 우리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게 현지인들의 말이다. 실제로 몇 년전에 울란바토르시내에 아파트를 마련한 한 한국인사업가는 최근 몇배가 오르는 횡재(?)를 했다고 들려주었다. 그만큼 자본주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이곳 울란바토르이기도 하다.
몽골시내의 백화점을 가 보았는데 백화점에서의 물건은 공산품보다는 공예품과 모직물이 많았다. 몽골의 경제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었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전경.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 을 뜻한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전경.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 을 뜻한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몽골은 과거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에로의 체제전환과정에 있기 때문에 사회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몽골은 우리와 유사점이 많은 나라인 동시에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을 지닌 나라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비록 자본주의의 명암이 교차되는 진통을 겪고 있지만 몽골의 자연과 자원은 아직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유라시아 대륙의 발판이라는 이점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몽골은 이미 우리나라에 많은 취업 및 연수생을 보내고 있으며 몽골인에게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인 역시 관광과 종교 그리고 사업을 목적으로 몽골을 방문하는 숫자가 늘고 있으며 양국의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제국시대의 뺏고 빼앗기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협력을 통한 상생으로 서로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시대에 살고있는 한국과 몽골의 관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백야로 밤이 늦게 시작되는 울란바토르 거리의 붐비는 인파에서 여행자는 몽골의 또다른 발전을 기원해보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2.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3.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4.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1.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2.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3. 대전세종중기청, 경험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 현판식
  4. 충남대총동창회 자랑스러운 충대인상 선정
  5. 천안예술의전당,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