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봉 충남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한동안 매스컴에서 “아침형 인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도, 부지런한 사람의 사회적인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뿐 아니라, 생활패턴의 변화가 개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강조하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어떻게 정확히 24시간마다 돌고 계절의 변화에도 적응하는 것일까?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하루 24시간의 빛의 변화를 기억해 아침과 저녁, 낮과 밤 등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즉, 생체시계는 태양 빛이나 온도에 따라 시간을 재설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비록 인간의 중추 생체시계 고유의 주기는 24시간 11분이지만 빛이 눈의 망막과 시상하부에 있는 분자를 자극해 중추시계의 시간을 매일 정확히 24시간으로 맞추게 된다. 해외여행 때 시차에 금세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생체시계가 시간 재설정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하는 것은 생체시계가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이미 30년 전부터 생체시계를 움직이는 유전자가 알려져 왔지만, 생체시계 유전자가 인간의 노화까지도 다스린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흥미롭다. 노화와 생체리듬간의 관계는 생체시계 유전자인 BMAL1이 없는 쥐들을 이용해서 처음 알려졌다. BMAL1은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신체기능의 일주기 리듬을 적절히 조절해주는 생체시계 유전자의 하나이다. 실험에 따르면 BMAL1 유전자가 없는 쥐는 실험실의 쳇바퀴를 돌리는 시간이 정상쥐들과 달라지는 것을 비롯해 활동패턴이 불규칙해졌다. 또 이 쥐들은 정상쥐보다 수명이 훨씬 짧다.
오하이오 클리브랜드 러너연구소(Lerner Research Institute)의 연구자 마리나 안토크에 의하면 BMAL1이 없는 쥐들은 태어난 지 18주가 되면 체내의 지방과 근육량이 급격히 손실되고 여러 장기 (신장, 심장, 폐, 정소 등)가 수축되는 노화현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또 사람과 마찬가지로 탈모가 진행되고 한쪽 또는 양쪽 눈에 백내장 증상도 나타난다. 생체시계 유전자가 없는 이 쥐들은 정상쥐들 보다 노화 원인물질들의(활성산소종, ROS와 활성질소종, RNS)의 조직농도가 10~50% 이상 높다고 한다. 생체시계 유전자 BMAL1이 이러한 노화 원인 물질들이 몸에 쌓이는 것을 막아 노화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하여 생체시계 유전자가 어떤 방법으로 노화에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면, 향후 생체시계의 조작을 통한 노화관련 질환의 감소는 물론 노화 과정 자체를 조절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것을 기대해 볼만 하다. 그러나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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