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에서 펼치는 고공 대결 압권
나이든 청룽… 안쓰럽고 안타깝다
명절 때면 우리 곁을 잊지 않고 찾던 배우가 있다. 청룽(成龍). 청룽이 추석 연휴 다 보내고 평상으로 돌아온 지금에사 ‘러시아워`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를 들고 뒤늦게 찾아왔다.
청룽으로서도 명절날 한국 팬들 보기가 좀 민망했을 것 같다. 팬들이 청룽에게 기대하는 건 몸을 사리지 않는,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리얼 액션. 그러나 ‘러시아워 3`에서 손발 아귀가 척척 맞아 돌아가는 청룽식 액션장면은 거의 없다. 에펠탑 철골조 위에서 적과 대결하는 장면에서 잠깐 보여주지만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수준.
줄거리는 간단하다. LA에서 열리는 세계범죄재판위원회에서 범죄단체 삼합회의 비밀을 폭로하려던 중국 대사가 저격당한다. 경호원 리(청룽)는 저격범의 뒤를 쫓는다. 저격범은 다름아닌 고아원에서 리와 함께 자란 겐지(사나다 히로유키). “넌 나를 못죽여”라는 겐지 앞에서 리는 고뇌에 빠진다.
이쯤에서 입심 좋은 카터(크리스 터커)가 등장하는 게 정해진 수순. 역시나 요란한 음악을 배경에 깔고 능글맞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등장한 카터는 사건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대사를 노린 범죄조직의 단서가 파리에 있다는 걸 알게 된 리는 카터와 함께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청룽와 크리스 터커, 브랫 래트너 감독 트리오가 1, 2편에 이어 다시 의기투합한 ‘러시아워 3`는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잇는다. 청룽의 액션과 터커의 입심. 동양인과 흑인이라는, 할리우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콤비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영화를 이끌어 간다.
2편과 3편 사이 ‘레드 드래곤`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TV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연출하며 훌쩍 커버린 브랫 레트너는 자신의 입지를 과시하듯 장면장면의 스케일을 키웠다.
후반부의 에펠탑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압권. 아찔한 고공 액션 자체만으로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영화를 보면서 청룽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청룽도 이제는 50대 중반. 아찔한 묘기는 그런대로 보여주지만 이젠 늙었구나 하는 느낌을 맏는다. 얼굴의 주름에서 나이가 느껴지고 몸놀림도 예전 같진 않다. 상대에게 얻어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버텨 상대를 쓰러뜨리던 특유의 액션스타일이 희미해진 것도 그렇다. 청룽이 액션을 통해 보여줬던 그런 즐거움은 다시 누리지 못하는 건지. 청룽 팬들에겐 안타까움 그 자체다. 15세 이상. 3일 개봉.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