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변하니?…사랑도 변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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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변하니?…사랑도 변한단다

허진호가 말하는 잔인한 ‘행복’ 감독:허진호, 출연:임수정, 황정민,공효진

  • 승인 2007-09-28 00:00
  • 신문게재 2007-09-29 9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남녀의 격렬한 사랑
화면은 아름답고 끝은 씁쓸한… 가을 영화


딱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 사랑은 격렬하고 화면은 아름답고 끝은 아프다. 씁쓸하고 허탈하다. 허진호 감독은 ‘봄날이 간다`에서 상우가 했던 질문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 아픈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행복`에서 들려준다.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한단다.

방탕한 도시의 남자, 영수(황정민). 알콜로 간이 굳어 가는 병을 얻은 그가 애인 수연(공효진)도 모르게 숨어든 곳은 시골 조그만 요양원. 폐농양으로 8년째 요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은희(임수정)는 이 낯선 남자에게 손을 내민다. “우리 같이 살래요?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건 그때 따지죠.” 영수는 은희를 품에 안는다. 방금 받은 제안이 어떤 미래가 될지 깨닫지 못한 채.

‘행복`은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점에선 ‘8월의 크리스마스`와, 사랑 안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남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선 ‘봄날은 간다`와 맥이 닿는다. 허진호 감독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두 사람을 외진 곳에 밀어 넣고 사랑의 밀물과 썰물을 응시한다.

여자의 헌신적은 노력 덕분에 몸을 회복한 사내는 여자를 버리고 떠나고, 여자는 사내에게 소리친다. “개××, 내가 어떻게 널 대했는데….”

빤한 이야기 그리고 통속적이다. 가진 걸 다주었는데 버리고 떠난 사내, 70년대 호스티스물을 연상시킨다. 허진호 감독은 전작과는 달리 신파의 끝까지 밀어붙인다. 물론 ‘행복`의 맛은 줄거리에 있지 않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묻어가고, 밀고 당기는 섬세한 심리를 지켜보는데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와 꼼꼼한 묘사는 남녀의 내면에서 일렁이는 사랑의 파도를 드러내 보여준다. 사랑은 꿈꿀 때 행복하다. 나눌 때도 행복하다. 하지만 사랑이 떠난 자리도 행복할까. 그걸 직설적으로 묻는 영화 ‘행복`은 그런 점에서 잔인하다.

여자를 배신하고 떠나는 영수 역의 황정민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남자를 연기한다. 사랑의 단맛에서 깨어나 도시를 꿈꾸는 영수를 황정민은 거친 듯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어느 때보다 맑은 얼굴로 은희를 소화한 임수정은 당차고 씩씩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의 조합은 시간을 흐를수록 어울림을 넘어 깊이를 지닌다.

“왜 뽀뽀를 하고 있는데도 뽀뽀가 하고 싶지?”하던 닭살 돋는 사랑이 “나 이렇게 안 살았거든?(너 도대체 왜 그래?)”하고 변해가는 이야기. 남녀의 감정이 그리는 변화무쌍한 곡선만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충분히 흥미롭다. 영화가 보여주는 섬세한 묘사는 역시 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다. 15세 이상.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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