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가)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가)의 화자의 입장에서 제시하시오.
[유의 사항]
①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할 것
② 1200(±100)자 분량으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 무재칠시(無財七施) |
불교에서 무재칠시(無 財七施)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베풀고 나누어 줄만큼 가진 것이 없어도 보시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신시(身施)로서 몸으로 봉사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두 번째는 심시(心施)인데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고, 마음 써주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 번째는 화안시(和顔施)로서 온화한 얼굴빛으로 매사를 대하는 것이며, 네 번째 자안시(慈眼施)는 자비하고 화합하는 눈길로 남들을 격려하는 일이다. 다섯 번째는 애어시(愛語施)인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희망과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말하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방사시(房舍施)는 공간을 함께 쓰거나 오갈 곳 없이 눈 · 비 맞는 사람과 방을 함께 쓰는 일이다. 일곱 번째는 상좌시(床座施)인데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거나 또는 자기 감투까지도 양보하는 일이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없어도 도우며 사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순수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과욕을 부리지 않고 살아간다면 좋은 일 하면서 남들과 더불어 사는 참사람이 될 수 있다. 가진 자 아는 자들이 헌신, 봉사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베푸는 덕목이 없는 자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어려울 때 자기 형편에 맞춰 보시하는 선행을 못하면 잘 살아도 평생 좋은 일을 못하게 된다. 우리는 가난하게 살았던 시절, 그러나 인간적으로 살았던 시절을 되새겨야 한다. - 지선 스님의 글 중에서 -
(가)
나는 이제 너에게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
(나)
SBS의 ‘긴급출동 SOS 24`를 통해 방송된 현대판 노예 사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분노와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굽은 허리로 ‘주인`을 자칭하는 남자의 지시에 따라 일하고,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 찌꺼기를 먹으며 하수도에서 몸을 씻는 처참한 생활. 무려 50년 동안 ‘노예`처럼 살아온 72살 이흥규 할아버지의 사연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경악했습니다.
[이동교 / 서울 월계동 : 주거 공간도 너무 안 좋고, 음식 먹는 것도 쓰레기 뒤져서 먹으니까 참 보기가 안 좋더라고요.]
[정종규 / 서울 독산동 :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하고, 그런 사람을 단호하게 사회에서 처벌해야 하지 않나…….]
SBS 홈페이지에도 시청자들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너무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부터, 할아버지를 노예처럼 부린 집주인을 꼭 처벌하자는, 분노에 찬 의견도 많았습니다. 헤어진 혈육을 만난 할아버지는 앞으로 한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게 됐습니다. 가족들은 가해자인 집주인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김인숙 변호사 / 민들레법률사무소 :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고 노동력을 착취했고, 할아버지가 받을 돈을 가로챘기 때문에 유기죄, 학대죄, 횡령죄 처벌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짓밟힌 50년 세월은 되돌릴 길이 없어서,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 좋은 나라에 삽시다! http://q.freechal.com
[논제 분석 및 출제 의도 파악]
글로벌 시대를 맞으면서 언제부턴가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무한 경쟁`을 강조하였다. 잠시라도 방심을 허락하지 않은 무한 경쟁은 결국 우리 사회를 더욱 각박하게 만들었다. 또, ‘무한 경쟁`과 더불어 주창한 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였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한가? 비약이 심할지는 모르겠지만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과연 남과 더불어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남을 도우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으며,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우리 삶의 양식이다. 이는 당위의 윤리적 관념으로서 우리 가슴과 머리 속에 깊숙이 박혀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이 그토록 이의 실천궁행을 가로막는 것일까?
이 문제에서는 제시문 (가)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가)의 화자의 입장에서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가)는 시적 화자인 ‘나`(슬픔)는 청자인 ‘너`(기쁨 - 소외된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의 우리)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적인 삶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삶을 반성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촉구하고 있다. 즉, 현대인의 이기적인 삶의 방식을 꼬집고, 이웃에 따뜻한 손을 내밀 것을 강력히 바라고 있다.
반면, 제시문 (나)에서는 현대인의 이기적인 삶과 그 결과를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현대인의 삶의 단면을 고발하고 있다. 당연히 보호해주고 베풀어야 할 연약한 사람들로부터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하는 등 도덕성을 상실한 현대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쫓느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 나누기에 인색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촉구하는 제시문 (가)의 화자인 ‘나`(슬픔)의 입장에서 진술하고, 유의 사항에서 제시한 대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도록 한다.
선행, 그 연두색 푸른빛
[학생 예문]대전가양중학교 3학년 태미나
▲ 태미나 대전가양중학교 3학년 |
심각한 상황을 외면한 채 소극적인 도움으로만 사태를 매듭지으려 한 이웃들과 그러한 사회 속에서 성장한 인간들이 만든 이 사회란 도대체 어떠한 독을 품고 있기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온갖 착취와 폭행, 폭언 등으로 얼룩진 할아버지의 50년 간의 노예생활은 어디서 보상받아야할까?
제시문 (가)에서는 슬픔이 기쁨에게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인으로 대표되는 너는 동정, 관심, 사랑 등이 소멸된 인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자는 이기주의적인 현대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과 보살핌을 주며 불행을 함께 극복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화자가 추위에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할 정도로 인정이 메말라 있는 ‘너`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노예 할아버지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타락해 있다.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그야말로 인간성이 상실된 주인이라는 사람을 처벌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일까? 어떠한 상황이든 분명 악은 존재한다. 그 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찌됐든 악이란 것은 사회의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가 불행을 낳는다. 노예 할아버지에게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주인이라는 사람의 비인간적인 대우가, 이웃의 무관심이 모두 상처가 되어 곪아서 할아버지를 순종해야만 하는 고립된 개체로 인식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우리도 마찬가지다. 남을 비판하면서 참된 선행, 그리고 용기 있는 자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들을 비판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은 당연하지만, 그 전에 우리의 태도도 분명 살펴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어야 할 선행이 외부적인 것만 선으로 둔갑한 채 썩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상대가 잘났든, 못났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함께 공존해야 한다. 작은 이윤을 탐하기 보다는, 그들도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만 집착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화자가 바라본 현실은 이기주의, 인간 소외, 무관심 등으로 회색빛이 꽉 찬 사회이다. 몇 사람만이 회색빛을 연두색 푸른빛으로 바꾸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주위 사람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모두 헛수고이다. 함께해야한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베풀어야한다.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 하는 자세를 가지고, 우리가 흔히 듣는 뻔한 이야기들 속에서 참된 진리를 깨우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는 바로 사랑이다. 그것이 형식적인 사랑이든 외부적인 사랑이든 진실 된 사랑이든 서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시의 화자가,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따뜻한 세상이 올 것이다. 진심으로 나누고 봉사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보자.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 함께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는 소외된 이웃이 핍박받는 사회가 아닌, 연두색 푸른빛이 감도는 따뜻한 사회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유형의 서론 쓰기 연습 필요
구체적 사례 제시하라는 조건 충족 못해
[총평]보문중학교 교사 백덕현
▲ 백덕현 보문중학교 교사 |
이 논술에서는 현대의 큰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된 현대인의 이기적인 삶에 대한 치유 방법을 진술하되,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조건으로 제시한 제시문 (가)의 화자의 입장에서 해결방법을 제시하여야하므로 우선적으로 제시문 (가)에 나타난 화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태미나 학생은 우선적으로 출제 의도 및 두 제시문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정확하게 잘 하였다. 그리고 글의 전체적인 흐름은 이렇다 할 막힘없이 그런대로 자연스럽게 잘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먼저 너무 단도직입적인 서론 부분 진술의 아쉬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논술에서 서론은 흥미를 유발하고 글의 방향과 목적, 글을 쓰는 동기 등을 제시하는 부분으로 가장 쓰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려운 만큼 서론 쓰기의 유형 또한 다양하다. 이 논술의 서론에서는 논제와 관련하여 전반적인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진단하는 내용으로 하였더라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이고, 본론으로의 전개 과정에서도 자연스러웠으리라 생각된다.
또, 본론 부분에서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는 의문형 문장의 불필요한 사용은 자제하여야 하며, 두 번째 문단의 맨 마지막 문장(화자가 ∼ 무엇일까?) 역시 불필요한 문장이라 할 수 있다. 그 앞의 내용으로도 글쓴이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단에서의 ‘우리 사회는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타락해 있다.`는 표현은 너무 추상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굳이 이런 표현을 하려면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정도가 심한 타락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할 정도로 타락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도의 표현이면 적절할 듯하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라는 조건에 그리 충실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고, 결론 부분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부연 부분이 좀 더 힘 있고 자신 있는 표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자신의 주장을 강화할 수 있는 문장은 확신에 찬 문장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장을 부각시킬 수 있으며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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