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진정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는 없는가

[나는야 논술 짱]진정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는 없는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중학논술

  • 승인 2007-09-26 00:00
  • 신문게재 2007-09-27 13면
<문제>
우리 사회에서 지도층의 잇단 비리가 사회 문제화 되어 왔다. (가)~(다)를 참고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해 논하시오.

[유의 사항]
① 수용 가능한 가치를 제시할 것
② 1200(±100)자 분량으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가)
가난뱅이 종합병원 원장,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이 말에 꼭 맞는 이가 바로 복음병원 장기려 원장이었다. 호주머니가 늘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월급날이 되면 어떻게 알았는지 돈 쓸 일이 생겼다. 아니 돈이 생기면 그 동안 체크해 놓았던 돈 쓸 일을 찾아 어김없이 쓰고 나서야 직성이 풀렸다. 선한 사마리인의 비유를 하려면 장박사의 삶에서 찾으면 쉽다.

어느 날 아침, 그 날도 여느 때처럼 회진을 나섰다. 병세를 살피는 것뿐 아니라 환자의 형편과 마음까지 꼼꼼히 살피는 게 버릇이었다.

환자들과 이런저런 농을 걸며 그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달래주던 그의 시선이 어느 환자에게 붙잡혀 있었다. 환자의 다 떨어진 내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수요예배에 참석한 그는 그 환자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손 군,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세.”
그는 예배에 함께 참석한 마취과 손동길 선생에게 “좀 따라오라.”고 말했다.
“선생님, 이 밤중에 어딜 가시려고 하십니까?”
“시장에 가려구.”
“그런 일이라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게 아닐세, 이보게, 202호 환자 말이야. 내의가 너무 낡았더군. 이 추위에 어떻게 지낼 지 걱정인데 나랑 같이 시장에 좀 가자구.”

손 선생의 코가 시큰거렸다. 야시장에 나가 이것저것 내복을 고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 선생은 다시 한 번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었다. - 이기환 편저,『성산 장기려』-

(나)
경주 최 씨네는 12대 300년 동안을 만석꾼으로 내려온 집안이었다. 단지 부자였을 뿐 아니라 “사방 백 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등의 가훈을 통해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실천에 옮겨 존경받았다. “찾아오는 과객은 귀천을 구분하지 말고 후하게 대접하라”도 이 집안이 지키는 여섯 개의 가훈(六訓) 중 하나였다.

한말 의병장 신돌석, 최익현을 비롯해 손병희, 최남선, 정인보, 안희제, 여운형, 조병옥 등 숱한 인사들이 이 집 사랑방을 다녀갔다. 손님이 많을 때는 큰 사랑채, 작은 사랑채 해서 100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최 부잣집의 1년 소작 수입은 쌀 3000석 정도였는데, 이 가운데 1000석을 손님 접대에 썼다. 손님이 떠날 때면 과메기 한 손(두 마리)과 하루 분의 양식을 쥐어 보냈다. 최 부잣집은 재산을 모으되, 만 석 이상은 모으지 말라는 철칙도 갖고 있었다. 혹시 논을 더 샀더라도 재산이 1만 석을 넘지 않으려면 소작료를 낮춰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소작인들은 최 부잣집의 논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작료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 부자네가 땅 사는 걸 배 아파하기는커녕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최 부잣집의 재산은 일제 때 독립운동 자금으로 많이 쓰이고 나머지는 광복 후 교육 사업에 들어가 지금은 집도 후손들 소유가 아니다. 만석 재산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정신은 이 시대에 이어갈 소중한 가치로 남아있다. - 김태익 논설, 『최 부잣집 사랑채』-

(다)
2005년 1월 15일 방송된 MBC TV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 소개된 원종건 군의 사연에 감동을 받은 국회의원 62명이 28일 오전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이 서약은 열린 우리당 민병두 의원의 제안에 따라 열린 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에서 총 62명의 의원들이 참가했다.

의원들은 보도 자료를 통해 ‘눈을 떠요`를 보면서 “장기기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되찾는 소중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서약 이유를 밝혔다.
- 마이데일리 -


[논제 분석 ㆍ 출제의도 파악]
이 문제의 핵심은 세 제시문의 공통점을 찾아 그 의미를 밝히고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을 통해 진정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에 나타난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공통점을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는 종합병원 원장으로 검소하게 살며 입원 환자들의 가난한 형편까지 살피고, 자신의 월급을 털어 어려운 환자들을 돕고 있다.

(나)는 만석 부자로 나눔의 실천을 통해 진정한 부자의 표상이 되고 있다.
(다)는 각 당의 국회위원들이 서약한 장기기증 운동을 통해 지도층들이 보여주는 나눔의 행동이 나타나 있다.

이들은 모두 사회의 지도자 위치에 있거나 더 많이 배우고 부유한 사람들로 나눔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의 실천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어야 할 도덕적 의무는 무엇이며, 그들이 남보다 더 도덕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 타당성을 들어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한국적 정서에 맞는 도덕적 의무와 같은 역사적 사례를 논거로 제시하면서 우리 정서에 맞는 도덕적 책무를 생각해 보고 현실에서도 그런 실천 사례를 발견하여 소개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아직도 경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가진 자의 나눔과 봉사는 공동체 정신의 실천으로 더 많은 의무와 책임 수행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출제 의도가 있다.


사회 지도층의 나눔은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

[학생 작품]동방여중 3학년 문지연

▲ 문지연 동방여중 3학년
▲ 문지연 동방여중 3학년
과거 로마시대 초기에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한다. 이것은 상류층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국가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사회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그 일에 뛰어들었고, 그에 따른 희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는 사회 지도층의 탈세나 허위 소득신고, 병역비리, 불법 증여, 부의 대물림 등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먼저, 글 (가)에서 가난뱅이 종합병원 원장 장기려 박사는‘바보 의사`라고 불릴 만큼 자신의 이익보다는 먼저 환자를 돕는다. 그렇기에 그는 늘 가난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입원비와 약값이 없어서 찾아온 환자들을 수술시키고, 치료비 전액을 자신의 월급으로 대신 처리하는 장기려 박사는 사회 고위층이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볼 줄 아는 진정한 의미의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신 분이다.

글 (나)에서 최 부잣집은 12대 300년 동안 만석꾼으로 내려온 집안으로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자였다. 그러나 그는 단지 돈에만 욕심을 품은 것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그의 가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눔의 실천 사례가 잘 나타나 있다. 이렇듯 최 씨는 가진 자의 위치에서 나눔을 실천한 진정한 의미의 참 부자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글 (다)는 국회위원들의 장기 기증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사회 지도층인 국회위원들의 장기 기증은 새로운 생명을 되찾게 하는 소중한 의미가 되었으며, 정치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대신 국민들에게 신선한 기쁨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라가 어려울 때 사회 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의무를 다한 인물들이 많이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의 의병 활동이나 선비 정신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또한 '노래하는 여전사 윤희순'이라는 책에서 윤희순은 여성 독립 운동가이자, 조선 선비의 며느리로서 의병활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녀는 여성의병을 조직하여 군자금을 모으고 무기와 탄환을 제조하여 공급하는 등, 의병의 사기를 진작시키며 춘천 의병 활동을 적극 후원하였다. 이러한 국가의 일에 앞장서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이가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본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는 국가를 움직이는 힘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가 변함에 따라 사회 지도층의 선비정신이 무색해지고, 새삼스러운 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럴수록 우리는 도덕적 의무를 다한 선인들의 삶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사회의 지도층일수록 자신의 이익보다는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자신이 그만한 지도층이 되기까지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자신의 이익보다는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가(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단지, 역사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우리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제시문 내용 이해와 분석력 뛰어남
문장 호응관계와 어휘력 부족이 아쉬움

[총평]동방여중 교사 정진희

▲ 정진희 동방여중 교사
▲ 정진희 동방여중 교사
논술은 이해- 사고-표현의 과정으로 문제를 얼마나 바르게 이해하며 비판적,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해결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지연이 학생의 글은 서론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낯선 용어 설명과 그 용어와 관련된 우리나라 현실의 문제점으로 시작을 하고 있는 점이 매우 좋다.

이어서 제시문 이해로 논제 접근을 시도하여 가)나)다)의 제시문에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인물들의 사례로 공통점을 발견하고 내용 분석을 매우 잘 해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무리 없이 서술해 가고 있으며 특히, 결론에서 ‘~우리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라고 결론지음으로 인하여, 배우는 과정에 있는 미래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사회 문제를 껴안는 자세가 돋보인다. 이는 자칫하면 이론적인 지식의 나열로 흐르기 쉬운 단점을 잘 극복했다고 본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문장 호응 관계와 어휘력이다.
‘이러한 국가의 ~ 이가 있었기에`에서 문장 호응관계로 보아‘이러한`을 ‘이렇게`또는‘이와 같이`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입원비와 약값이 없어서~ `는 ‘입원비와 약값도 없이~ `로 고쳐야 문맥이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그는 늘 가난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문장은 빼내는 것이 내용흐름이 더 충실하다고 본다.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여 활용하는 능력은 글을 쓰는 힘에서 가장 중추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장력은 반복해서 쓰는 습작을 통해서 길러진다. 많이 써 보고 많이 고쳐 쓰기를 해 보자.

또한 논술의 기본 사고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 신문과 책을 읽으면 과거와 현재 사회 현실의 문제의식을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그래서 이 가을에 독서를 또 권하고 싶다. 논술의 밑거름은 독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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