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곽경택
출연배우 : 주진모, 박시연, 주현
한 남자의 징글징글한 순애보. 첫 사랑을 가슴 한 구석에 담아두고 사는 관객, 누군가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싶은 관객에게 권한다. 현실에선 만나기 힘든 사랑이야기지만 가슴을 울린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가 경상도식 우정을 얘기했다면 ‘사랑’은 경상도식 사랑”이란다. 초등학교 때 첫 눈에 반한 여자, 고등학교 시절 다시 만났을 때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헤어짐과 만남은 계속되고 운명은 사내의 우직한 사랑을 비극으로 몰고 간다. 목숨 걸고 한 여자만을 지켜주는 사내가 경상도식? 부산의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남성의 시각으로 그려진 사랑이야기라서 그런 건가.
곽경택 감독이 경상도식이다. 쿨한 척 하지만 신파의 덫에 걸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통속과 신파의 극치로 영화를 몰고 간다.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멈춘다.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고 사랑을 떠들썩하게 과장하지도 않지만 딱 눈물을 솟게 하는 지점.
오롯이 주진모의 영화. 혼자 영화를 이끌면서 ‘미남 스타’ 이미지에 갇혀 있던 능력을 120% 발휘한다. “지랄 같네. 사람 인연”하고 울 때는 청승도 떨고 우직한 사랑엔 진심이 담긴다. 남자들이 사랑 판타지지만 정작 극장에서 우는 건 여성들일 듯.
▲마이 파더
감독 : 황동혁
출연 : 김영철, 다니엘 헤니, 안석환, 김인권, 최종률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사내가 있다. 주한미군에 자원한 그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내가 아버지”라고 자처하고 나선 남자. 그는 놀랍게도 사형수였다.
2003년 TV다큐멘터리로 방영돼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마이 파더’가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핏줄, 뿌리로 불리는 가족의 본질.
비록 사람을 죽인 사형수지만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사랑했고, 어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진심으로 애쓰는 마음임을 영화는 들려준다. 아저지 남철의 대사, “사랑하는 사람은 죽어서 멀리 가는 게 아니야. 이 가슴 속으로 가는 거야”인 거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낳아준 부모와 주변의 도와 준 사람들을 감사하는 명절, 추석에 딱 어울리는 영화.
▲인베이젼
감독 : 올리버 히르비겔
출연배우 : 니콜 키드먼, 다니엘 크레이그, 제레미 노담
돈 시겔 감독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년), 필립 카우프만의 ‘우주의 침입자’(1978년), 아벨 페라라의 ‘보디 에일리언’(1993년) 그리고 ‘인베이젼’의 공통점은? 잭 피니의 공상과학소설 ‘바디 스내처’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것. 최신판인 올리버 히브리겔 감독의 ‘인베이젼’은 눈부신 외모의 니콜 키드먼, 차세대 제임스 본드인 대니얼 크레이그 등 스타 배우를 끌어다 놓고도 예전 영화들이 지닌 아우라를 넘지 못한다.
치명적인 약점은 인간이 외계생명체에 의해 잠식되어 가는 과정이 무덤덤하다는 것. 로봇 장난감이 도시 한복판에서 전투를 벌이는 ‘트랜스포머’시대에 평범하기 짝이 없는 비주얼이라니. 캐릭터도 플롯의 긴장감도 실종된 밋밋하고 평면적인 탈출극이 돼 버렸다. 아들을 구하기 위한 니콜의 모성애가 영화를 이끌고 가는 거의 유일한 동력.
우주왕복선에 묻어 지구에 침투한 외계생명체. 감염된 사람들은 감정을 잃어버린다. 정신과 의사 캐롤(니콜 키드먼)은 괴 생명체가 사람의 몸에 들어가 정신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아내고 아들과 감염된 도시에서 탈출하려 한다. 감염자들에게 발견되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 절대 잠들지 않는 것.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
▲본 얼티메이텀
감독 : 폴 그린그래스
출연 : 맷 데이먼
기억을 잃어버린 스파이 제이슨 본.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를 거치며 자신이 누군지는 대강 알아냈다. 남은 건 누가, 왜 자신을 킬러로 만들었느냐다. 그걸 알아내야 맘 편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본이 찾아가야 할 곳은 정해졌고 자신의 정체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으니 주변을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시종 쫓고 쫓기는 자의 긴장을 격렬한 박동으로 삼아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또 달린다. 모로코 탕헤르에서 펼쳐지는 3중 추격신은 세계가 격찬한 압권.
‘나는 누구인가’하는 진지한 주제, 거기에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이 탁월한 기술적 숙련도로 빚어져 빼어난 재미를 선사한다. 재미든 메시지든 최고를 보여주는 액션영화의 수작. 본 시리즈의 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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