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조폭형님.엽기할머니.다중여친..이영화만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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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조폭형님.엽기할머니.다중여친..이영화만은 꼭!

  • 승인 2007-09-20 00:00
  • 신문게재 2007-09-21 34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즐거운 명절엔 뭐니뭐니해도 웃는 게 최고. 2001년 ‘조폭마누라’가 전국 관객 500만 명을 기록한 이후 웃음이 빠진 추석은 없었다. 올 추석 극장가 상차림의 주 메뉴도 웃음.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이 ‘추석=김상진표 코미디’ 공식을 이어가고 봉태규-정려원 청춘콤비가 이끄는 ‘두 얼굴의 여친’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 명절표 조폭코미디 ‘상사부일체’가 가세한다. ‘즐거운 인생’은 웃음에 감동도 담았다. 7080 노래들이 40대 관객들이 감성을 두드리는 영화. 추석코미디의 승자는 어떤 영화가 될까.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3

감독 : 심승보
출연 : 이성재, 김성민, 박상면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형님’ 계두식. ‘지구촌 통합 나와바리에 대비한다’는 거창한 꿈을 품고 대기업에 입사한다. ‘두사부일체’ 시리즈가 기업으로 ‘나와바리’를 넓힌 3편 ‘상사부일체’는 ‘상사와 회사와 아버지는 하나’라는 무식한 신념 하나로 좌충우돌한다.

두식의 샐러리맨 되기가 웃음의 포인트. 기업이야 학교보다 더한 약육강식의 정글. 전작에선 학교와 조폭간의 문화적 충돌을 웃음의 바탕으로 삼았다면 이번엔 “여기나 저기나 추접하고 유치하기는 마찬가지네”하는 투로 웃음을 끌어낸다. 여기에 ‘여고괴담4: 목소리’로 스크린에 데뷔한 서지혜가 입사 동기 두식과 멜로라인을 이룬다.

이야기가 새로워진 만큼 주요 출연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어눌한 큰 형님은 김상중에서 손창민으로, 주인공 두식은 정준호에서 이성재로 바뀌었다. 두식을 보좌하는 두 조연 대가리와 김상두는 박상면과 김성민이 맡았다. 문제는 새 옷을 입은 캐릭터의 밀도가 전편보다 떨어진다는 점. 전편을 이으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노력은 있지만 뭔가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웃음의 강도가 세진 것도 아니다. 웃음 재생산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코미디도 로맨스도 별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취직은 왜 한 거야?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감독 : 김상진
출연 : 나문희, 강성진, 유해진

“내 몸값이 겨우 5000이야? 적어도 500억은 돼야지.”
이 할머니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돈 많지, 컴퓨터 도사지, 인생 박사지, 경찰 돌아가는 거 훤히 꿰고 있지, 무엇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자식 대하듯 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모성을 펑펑 뿜어내는 데, 이 할머니의 ‘내공’을 무엇으로 이겨낼까.

더욱이 이 할머니를 ‘국민 어머니’ 나문희가 연기한다. ‘열혈남아’에서 국밥집 주인으로 살가운 모정을 눈시울 뜨겁게 연기했던 나문희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모피문희를 흡수해 열혈 모성에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분출해낸다.

상황보다는 대사 한줄 한줄이 웃음의 뇌관. 납치당한 건 할머니가 아니라 우리의 어머니이고 납치범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메시지는 명절에 딱. 그러나 거기서 웃음이 멈추는 건 아쉽다.

▲두 얼굴의 여친

감독 : 이석훈
출연 : 봉태규, 정려원, 이혜은, 신은정, 김정국

못 말리는 건 할머니만이 아니다. 남들이 먹다 남긴 과자를 훔쳐먹는 지지리 궁상 구창의 여자친구도 있다. 화가 나면 뽁뽁이를 터뜨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엉뚱 순진’ 아니. 예쁘다 싶으면 어느 순간 발차기와 욕설을 일삼는 ‘과격 터프’ 하니로 돌변한다. 아니에게 반한 구창의 구걸 사랑은 하니의 무지막지함에 산산조각난다.

순진한 아니와 살벌한 하니를 뻔뻔스럽게 오가는 정려원의 캐릭터 연기, 구창 역의 봉태규가 두 여자에게 당하고 맞받아치는 콤비플레이가 재미의 전부다. 하니의 행동은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시키지만 엽기녀와 ‘순수한 그녀’를 오가는 봉태규의 정신없는 리액션이 생동감을 불어넣어 하니를 살린다. 그런데 궁금한 점 하나. 대체 두 얼굴의 여친이야, 세 얼굴의 여친이야?

▲즐거운 인생

감독 : 이준익
출연 :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못 말리는 아버지들도 있다. 가슴 속에서 용암처럼 꿈틀거리는 음악에의 열정을 발견한 아버지들. 팍팍한 삶도 아버지의 정체성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만류도 이들의 열정을 막지 못한다.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터질거야’던 열정은 마침내 무대 위에서 폭발한다.

“딱 보면 뒤는 이렇게 될 거야. 한국영화가 다 그렇지 뭐.” 영화는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다듬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무엇보다 매만지는 손이 따뜻하다. 따뜻함이 심장에 전해지는 순간 감동이 밀려온다.

활화산처럼 불타오르고 싶지만 현실에 갇혀 허덕이는 40대 가장들의 록밴드 결성기. ‘활화산’이 부르는 7080 노래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하고 살아. 애들이 다야!”하고 말할 때 아드레날린이 확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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