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
물론 의식수준이 높아져, 거래과정에서 발생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깨어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최근에는 개정된 소비자 기본법에 근거한 집단 분쟁 조정절차를 통해 아파트 새시 하자로 고민하던 많은 소비자가 보호받게 되었으며 내년부터는 소비자단체 등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위법행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가시적인 성과는 바로 소비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타당성 있는 논리로 접근한 결과이다.
아직도 비대칭적인 시장구조 속에서 피해를 겪고도 구제방법조차 모르는 소비자가 있으며, 책임 있는 동반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기에 소비자 운동은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장주체자로서의 소비자와 시장경제를 바르게 가꾸려는 사업자 모두 ‘네 탓이 아닌 내 탓’의식에 기초한 운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이치에 맞지 않아도 소리만 높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소비자와 사업자가 소비자 운동을 왜곡시키고 있다.
손해를 입고 힘들어 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소비자 입막음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업자가 있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 운동도 아니며 결코 발전적인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또한,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적절하지 않은 요구를 하는 소비자와 입으로만 소비자권익을 외치며 이면에는 돈을 챙기기에 급급한 사업자들이 있는 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없다.
소비자문제는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악성소비자와 악덕상인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서로 감싸 안을 수 있다는 상생의 정신은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서로를 이길 수 있는 힘의 본질이다.
이제 소비자, 사업자 모두는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는 정책수행의 주체로서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ownership)을 가져야 한다. “입만 있고, 귀는 없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는 소비자 문제에도 유효하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말이 언설(言舌)로 진상을 뒤집고, 거짓 춤이 진실을 밀어내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소비자 생산자 모두 높은 곳에서의 ‘네 탓’이 아닌 낮은 자리에서의 ‘내 탓’으로 상처 아닌 희망을 일구어 보자.
“여보세요, 내 말 좀 들어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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