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기록人, 기록認, 기록in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론]기록人, 기록認, 기록in

  • 승인 2007-09-19 00:00
  • 신문게재 2007-09-20 21면
  • 조윤명 국가기록원장조윤명 국가기록원장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술하여 보존함으로써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기록이 지금까지 보존된 것은 손홍록과 안의라는 선비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왜적이 금산까지 침입해왔다는 소문을 듣고 즉시 전주사고에 있던 실록을 내장산으로 옮겼다. 그 후 실록은 충청도 아산, 함경도 해주를 거쳐 평안도의 묘향산까지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을 계속했다. 이를 토대로 다시 간행한 실록이 오늘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국가기록원은 최근 해외에서 수집한 자료를 선별해 ‘평양으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주제로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부산, 대구를 돌며 시사회와 사진 전시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북한에서의 일본군 무장해제, 김일성 동상 제막식, 조만식의 평양 활동뿐만 아니라 해방직후 서울의 만세행렬, 서대문 형무소의 정치범 석방 등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사회는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새로운 자료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역사적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후세에 전해야겠다는 당시 영화인들의 숨은 노력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러시아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가 붕괴되면서 사라졌을 지도 모를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관련 기록도 문서보관소의 직원이 정치적 이유로 멸실될 것을 우려해 계단 밑에 숨겨둠으로써 지금까지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역사적 기록들이 기록되고 또 후대에 전해지기까지는 기록인들의 보이지 않은 숨은 노력들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조상들의 땅을 찾아 토지소유권을 확보하고, 조상의 공적을 찾아 독립유공자로 명예를 회복하고자하는 후손들의 노력으로 국가기록원을 방문하는 민원이 크게 증가하여 8월 말 현재 열람 건수가 38만을 상회하고 있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기위해 과거의 기록에 대한 조명이 활발해 지면서 기관들의 기록열람도 증가하고 일반인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자 국가기록 포털사이트(http://contents.archives.go.kr)를 개설하고 소장 기록을 온라인상으로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정보검색능력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주요 토픽이나 컨텐츠별로 기록물을 체계화고 필요한 경우 해설을 붙여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방에서도 기록물을 직접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도 갖추게 되었으나 위·변조 및 복사 등으로 인한 출력기록물의 증거력 문제가 새로운 논란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전자문서 및 전자기록관리시스템의 구축은 장기보존 방법과 이의 진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어 전자기록 장기보존 분야의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인 인터페레스(InterPARES) 참여를 통해서 국제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가기록원은 CI 선포식을 가졌다. 이제 국가기록은 수집, 보존의 단계에서 더 나아가 이를 체계화해서 국가의 정보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업무가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 CI는 이러한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통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서는 아키비스트들의 활동을 담은 '기록in'을 발간하여 계절단위로 우리들의 활동사항과 실적을 대외적으로 보고할 계획이다.

구한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단절됐던 우리의 찬란한 기록문화 전통을 되살리려면 어느 특정인이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참하길 기대한다. 오늘의 기록은 과거의 역사이자 미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2.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3.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4.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5.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1.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2.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3.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4.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5. 충남중기청, 중소기업 수출 Scale Up 지원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