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은 최근 해외에서 수집한 자료를 선별해 ‘평양으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주제로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부산, 대구를 돌며 시사회와 사진 전시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북한에서의 일본군 무장해제, 김일성 동상 제막식, 조만식의 평양 활동뿐만 아니라 해방직후 서울의 만세행렬, 서대문 형무소의 정치범 석방 등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사회는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새로운 자료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역사적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후세에 전해야겠다는 당시 영화인들의 숨은 노력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러시아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가 붕괴되면서 사라졌을 지도 모를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관련 기록도 문서보관소의 직원이 정치적 이유로 멸실될 것을 우려해 계단 밑에 숨겨둠으로써 지금까지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역사적 기록들이 기록되고 또 후대에 전해지기까지는 기록인들의 보이지 않은 숨은 노력들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조상들의 땅을 찾아 토지소유권을 확보하고, 조상의 공적을 찾아 독립유공자로 명예를 회복하고자하는 후손들의 노력으로 국가기록원을 방문하는 민원이 크게 증가하여 8월 말 현재 열람 건수가 38만을 상회하고 있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기위해 과거의 기록에 대한 조명이 활발해 지면서 기관들의 기록열람도 증가하고 일반인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자 국가기록 포털사이트(http://contents.archives.go.kr)를 개설하고 소장 기록을 온라인상으로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정보검색능력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주요 토픽이나 컨텐츠별로 기록물을 체계화고 필요한 경우 해설을 붙여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방에서도 기록물을 직접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도 갖추게 되었으나 위·변조 및 복사 등으로 인한 출력기록물의 증거력 문제가 새로운 논란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전자문서 및 전자기록관리시스템의 구축은 장기보존 방법과 이의 진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어 전자기록 장기보존 분야의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인 인터페레스(InterPARES) 참여를 통해서 국제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가기록원은 CI 선포식을 가졌다. 이제 국가기록은 수집, 보존의 단계에서 더 나아가 이를 체계화해서 국가의 정보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업무가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 CI는 이러한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통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서는 아키비스트들의 활동을 담은 '기록in'을 발간하여 계절단위로 우리들의 활동사항과 실적을 대외적으로 보고할 계획이다.
구한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단절됐던 우리의 찬란한 기록문화 전통을 되살리려면 어느 특정인이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참하길 기대한다. 오늘의 기록은 과거의 역사이자 미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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