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들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만 학교를 떠나는 풍경도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변했다. 전에는 교칙위반에 의한 징계나 장기결석 등의 부적응으로 떠나는 소수의 학생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며 교문을 나섰다면, 요즘은 대부분 자퇴인 까닭에 학부모와 아이는 담담하게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난다.
학생들의 자퇴 사유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해외유학(어학연수)이고 다른 하나는 검정고시 응시를 위한 자퇴다. 사유에 따라 아이들의 표정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해외유학 떠나는 아이의 얼굴에는 미지에 대한 동경과 설렘으로 인한 생기가 넘친다. 반면 선생님은 유학 후 부적응으로 귀국하여 그 동안의 공백에서 오는 성적부진과 자신감 상실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재입학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착잡한 심정을 다스리기 어렵다. 내신 성적 부진으로 고심 끝에 검정고시 대비를 위해 떠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섭섭함 위에 비장감마저 깃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측은지심이 솟아나게 한다.
비범한 소수의 아이들이나 개성이 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홈스쿨링이라든지 대안교육의 필요성에 공감은 한다. 그러나 평범한 대다수의 아이들은 제도권의 학교교육 속에서 비슷한 또래들과 부딪히고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자잘한 상처를 주고받아 일부는 치유되고 더러는 흉터가 남기도 하면서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성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나는 꽤 오래 학교교육에 몸담아 왔음에도 떠나는 아이들에게 명쾌한 방향 제시도 못하면서 심사숙고하여 내렸을 아이와 학부모의 결정에 대해 소심증 환자처럼 걱정하고 조바심하는 무기력한 존재임을 절감한다.
영재성 또는 특기신장을 위한 유학 외에,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이 내키지 않는데도 제도나 풍조에 떠밀리듯 해외로 또는 검정고시 학원으로 떠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부모의 사랑 안에서도 홍역처럼 치르는 청소년기를 언어,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겪어내기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가치관, 인간관계 기술, 동문의식 등 정상적인 고교생활에서 체득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인생 후반부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 풍토에서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뛰어넘는 일이 삶에 혹여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우리 어른들이 아이 편에서 좀 더 생각해 보았으면. 그리고 저리 의연한 모습으로 떠난 아이가 상심한 채 되돌아오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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