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언항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장 |
누구나 노후가 염려되는 것은 생활비, 건강, 그리고 일의 세 가지가 아닐까 한다. 긴 세월 생계를 어떻게 꾸려 갈 것인가?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내년부터 지급할 계획이라니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약간은 위로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나 중풍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대소변까지 남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이른다고 생각하면 장수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내년부터 시행되어 장보기, 목욕보조, 대소변 수발 등을 보험으로 받을 수 있어 가족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노후 생계나 요양문제는 연금이나 보험으로 해결된다고 하지만 한없이 많은 시간은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60세 이후에도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이는 아주 소수의 노인만이 누릴 수 있다. 장년층들의 모임에서 ‘9988123`이라는 건배구호가 유행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나 이틀 정도 앓고 삼삼하게 죽자는 것이다. 그러면 정작 무엇을 하면서 팔팔하게 99세까지 산다는 말인가?
90세가 된 스승이 생일을 축하하는 옛 제자들에게 ‘만일 내가 이렇게 까지 오래 살 줄 알았다면 정년퇴임 후 지금까지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터인데`라고 후회를 하시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다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셨어야 된다는 말씀이시다.
그러면 과연 무엇으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인가? 매일 등산? 경로당에서 소일하기? 여유가 있어 골프와 해외여행? 그러나 공허하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어떻게 수 십년이라는 긴 세월을 등산, 골프, 해외여행으로만 메울 수 있는가?
은퇴 후 가장 바람직한 일 중 하나는 봉사활동이 아닌가 한다. 선진국에서는 노인들도 건강할 때는 노숙자, 노인, 장애인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자신이 움직일 수 없을 때 자기가 봉사 받았던 것과 같은 보살핌을 다른 봉사자로부터 받는다고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젊었을 때 자원봉사활동을 하지 않으면 노후에 시작하기 어렵다고 한다. 자기의 적성이나 능력에 맞는 분야를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미리 미리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후를 대비하여 지금 부터라도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필자는 매주 일요일 보육원에서 아기를 돌본 일이 있다. 내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기의 얼굴에서 천사의 모습을 발견하곤 하였다. 그 순간의 감격과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만나고 온 다음날에는 얼굴이 훤해 보인다는 말을 듣곤 하였다. 보육원에는 70이 넘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돌보거나 청소 등의 봉사생활을 함께하신 노인들도 계셨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봉사활동을 통하여 보람과 가치 있는 노후를 선택하는 노인에게야 말로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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