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남매탑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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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남매탑을 오르며

  • 승인 2007-09-16 00:00
  • 신문게재 2007-09-17 21면
  • 이만희 국민은행 충청서지역본부 지점장이만희 국민은행 충청서지역본부 지점장
동학사에서 북쪽으로 약 2㎞ 지점에 위치한 계룡산 남매탑은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통일신라시대에 한 스님이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입을 크게 벌리며 괴로워하고 있어, 스님이 호랑이 목에 손을 넣어 커다란 가시를 빼 주었다. 며칠 뒤 그 호랑이는 처녀를 등에 업어다 놓고 사라졌다. 스님은 놀란 처녀를 집에 돌려보냈는데, 처녀의 부모님은, 이것도 인연이니 거두어 달라고 부탁하여 남매의 의를 맺고 비구와 비구니로서 수행하다가 한날한시에 열반에 들었다."

이들이 세상을 뜨자 사람들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행적을 후대까지 기리고자 석탑 2기를 쌓고 남매탑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이런 전설을 가진 남매탑은, 우리에게 전설 이상의 교훈을 주는 것 같다. 남매탑은 계룡산의 약 7부 능선쯤에, 사이좋은 남매처럼 서로 외롭지 않도록 의지하며 서 있다.

사람들이 계룡산의 정상이 아닌 이곳에 남매탑을 세운이유는 여기서 잠시 숨을 돌리고 힘을 재충전하여 정상에 도전하라는 뜻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주말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동학사를 찾고 계룡산을 오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남매탑까지 오르고 돌아간다. 조금만 더 가면 더욱 경치가 아름다운 삼불봉, 관음봉, 그리고 천황봉이 있지만, 사람들은 남매탑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지인으로, 가끔 식사도 하고 때로는 저녁에 소주도 한잔 기울이는 기업인들이 있다. 한분은 석재공장을 영위하고, 한분은 에어컨중고대리점을 하며, 또 한분은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업종을 보면, 유망 직종이던 휴대폰 대리점과, IMF시절에 등장하여 성업이었던 중고제품, 또 한분은 건설경기 호황 등으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였으나, 지금은 모두 다 어려운 업종들이다. 그러나 이분들은 당당하다.

그들의 많은 동업종 종사자가 시대의 흐름에 밀려 어렵게 되어도, 자신 있게 사업을 영위할 정도로 새로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적극적이어서, 창업 후 20년 이상 모든 직원이 같이 근무하고, 그들 덕에 회사가 움직이고 성장한다며 가족과 같이 생각한다. 그중 제일 나이가 많은 사장님은 요즘 클래식을 공부하며 또 다른 인생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다. 또 한분은 여러번의 업종전환을 통해 얻은 경험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업종을 시작하였다.

대전지역에서 처음으로 에어컨 중고대리점을 열고, 온라인 쇼핑몰 구축과 함께 냉난방기기 임대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확장하였다. 그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건강관리를 위해 부부가 함께 마라톤을 시작하고 국내 여러 곳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였다. 그는 기록에는 신경 쓰지 않고 마라톤 그 자체를 즐기는데, 그러다보니 거의 매 대회마다 꼴찌로 완주하는 선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최종주자가 결승점에 도착해야 대회를 마치는데, 최종주자의 도착을 애타게 기다리던 관계자들이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아준다고 한다. 또 다른 한분도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맞추어 가게를 확장하였다가 줄여도 보고, 업종을 추가하기도 하며, 탄력적인 사업운영과 마케팅을 통해 고객창출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 한편, 쉬는 날이면 부부가 산삼을 보겠다고 온 산을 두루 다니다보니 산삼은 구경도 못했으나 산삼을 먹은 것 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하며 껄껄 웃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우리사회의 평범한 이웃들을 보며 그들의 말없는 열정과 용기가 마치 남매탑을 지나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말이면 가까운 계룡산을 자주 찾는다. 나 역시 남매탑에서 돌아내려오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다. 하지만 큰 맘 먹고 삼불봉을 오를때면 또 다른 기쁨을 느낀다. 산을 오르는 것은 마치 나이를 먹는 것과 같아, 오를 수록 숨은 차지만 세상을 넓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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